'지배구조 핵심' 삼성생명, 준법제도 강화 동참할까 삼성전자, 독립적 '준법감시위원회' 구성…금융권 제도와 큰 틀 차이
김장환 기자공개 2020-01-10 07:56:2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9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결정이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로까지 확산될지 관심을 모은다. 금융권 준법감시보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도의 구비를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움직임에 서둘러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준법감시제도의 변화를 부른 핵심 사유도 결국 지배구조 완성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있다. 아울러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금융권 준법 제도를 면밀히 들여다본 상태다.
현 시점에서 보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준법감시제도가 가장 잘 구비돼 있는 곳으로 삼성생명을 꼽을 수 있다. 상법 뿐 아니라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구속력을 지닌 다양한 법을 토대로 오래 전부터 준법감시 제도를 운영해왔다. 금융권 준법감시 관계 법령은 2000년 마련됐다. 금융감독원은 2006년부터 '은행 준법감시인 모범규준'을 수립해 이를 관리·감독 중이다.
삼성생명이 갖추고 있는 금융권 준법감시제도의 핵심은 준법감시인의 존재와 권한에 있다. 준법감시인은 내부 통제 체계와 제도 운영을 총괄하고 위반 사안을 점검해 직접 조치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사전 일상 감시에서부터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예방과 점검도 한다. 이외에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자금세탁방지 업무 등을 수행한다. 준법감시인이 맡고 있는 업무들은 자칫하면 당국으로부터 심각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영역의 일들이다.
준법감시인은 자격 요건도 까다롭고 선임과 해임도 쉽지 않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 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연구기관 및 대학에서 연구원 혹은 조교수 이상 직을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어야 한다. 변호사 혹은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그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인물도 맡을 수 있다.
선임시 임기는 2년 이상을 보장해야 하고 재무적 경영성과와는 별도의 직무 평가와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임면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해임시에는 이사회 참여 이사 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회사의 이권과 확실히 분리된 업무 수행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다.
삼성생명에서 이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인물은 정종욱 전무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해 검사로 재직했다. 2009년 삼성전자 법무팀 담당임원으로 몸을 옮긴 뒤 2015년 삼성생명 법무팀장으로 부임했다. 이듬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다. 그를 도와 준법감시제도를 이끌고 있는 지원조직에는 약 40명 인력이 근무 중이다. A2, G1~G4 등으로 나뉜 팀에 고르게 배치돼 준법감시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준법감시제도가 이처럼 잘 갖춰져 있는 삼성생명이지만 삼성전자가 새롭게 도입을 준비 중인 준법감시위원회보다는 분명 취약한 부분이 있다. 가장 큰 약점은 삼성생명 준법감시인이 법무팀과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생명 준법감시인인 정 전무는 법무팀장을 겸직 중이다. 아울러 정 전무가 계열사 삼성전자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점, 준법감시 부서가 사내의 한 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등도 과연 객관성을 갖춘 준법감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도입을 준비 중인 '준법감시위원회'는 회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독립적 조직이다. 삼성과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을 위원장으로 영입했고, 또 나머지 구성원 5명은 시민단체·법조계·교수 등으로 꾸리기로 했다.
결국 삼성생명도 삼성전자를 뒤따르려면 현재 조직이 아닌 독립적인 준법감시위원회를 별도로 꾸려야 한다. 또한 준법감시인과 인적 진용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 이를 따르게 되면 삼성생명 이사회와 경영을 감시하는 또 다른 조직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삼성이 향후 단행해야 할 지배구조 재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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