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투자' 결의한 에쓰오일, 관건은 '재무' [Company Watch]알 카타니 사장 신년 산행서 투자 추진 강조
박기수 기자공개 2020-01-14 08:23:4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16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의 알 카타니(Al-Qahtani) 대표이사 사장이 신년 산행에서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추진을 강조하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 분기 기업설명회(IR) 때 마다 "최종 투자 결정은 2021년 상반기"라며 투자 가능성을 저울질하던 작년과 비교했을 때 무게추가 '투자'로 보다 쏠린 모습이다. 1단계 석유화학 투자로 이미 가중돼온 재무 상황이 2단계 투자를 거치며 어떤 변화를 거칠지도 관심사다.13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알 카타니 사장은 지난 11일 신년 산행을 통해 임직원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고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고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알 카타니 사장은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불확실성은 비전 2025를 달성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존경받는 에너지 화학 기업이 되기 위해 새로운 ‘성공 DNA’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전 2025란 에쓰오일이 2025년 영업이익 3조, 시가총액 25조원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가 담긴 구호다.

비전 2025 달성을 위해 에쓰오일이 밝힌 올해 목표 중 하나는 '2단계 투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2단계 투자 프로젝트는 '단군 이래 석유화학 최대 규모 투자'라는 에쓰오일의 1차 투자의 후속작이다. 지난 2015년 에쓰오일은 정유사에서 종합 석유화학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단계 프로젝트로 RUC(잔사유고도화시설)와 ODC(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5조원의 금액을 쏟아부었다. 1단계 프로젝트는 이미 완료해 RUC와 ODC가 지난해 상업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2단계 프로젝트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사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추가적인 ODC 시설을 짓는 내용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에쓰오일은 2단계 프로젝트 추진으로 총 7조원의 금액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1단계 프로젝트와 합치면 약 1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는 셈이다.
관건은 재무지표다. 에쓰오일은 이미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주요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했던 바 있다.
이자보상배율의 급격한 하락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자보상배율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차입금 이자비용보다 얼마나 더 많은가를 알아보는 지표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나눠 계산한다. 1단계 프로젝트가 결정된 2015년까지만 해도 연결 기준 14.1배를 기록했던 에쓰오일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9배까지 하락한 상태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 역시 해가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순차입금비율의 경우 변화의 폭이 크다. 2015년 말 16.6%에 불과했던 순차입금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03%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 역시 2015년 말 100.3%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62.2%까지 올랐다.

지난해 3분기 말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9313억원 밖에 없는 에쓰오일로서는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초호황기가 끝나고 다운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는 현재 2단계 투자로 발생할 차입 규모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에쓰오일 역시 이같은 문제를 좌시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배당성향 유지와 재무 악화가 가시화됐다는 업계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에쓰오일은 '투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다만 올해 초 투자 단행 쪽으로 무게추가 쏠림에 따라 신용등급 악화 등 재무 상태 악화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최종 투자 결정이 2021년 상반기에 이뤄진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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