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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아산 정주영 레거시]현대오일뱅크의 귀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1-17 08:00:0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08: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건설처럼 현대가 잃었다가 결국 ‘다시 찾아온’ 회사다. 우리 상법상 회사는 주주의 재산이 아니기때문에 경영권을 되찾아 왔다는 의미다.

아산이 창업했다가 어떤 이유로 현대의 품을 떠났던 회사를 다시 찾아오는 일들이 있는 것을 보면 현대는 매우 낭만적인 회사인 것 같기도 하다. 회사는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편의로 만들고 없애고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의인화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 ‘우리’의 공통된 기억과 애환, 기쁨이 그 안에 스며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오너경영의 강점들 중 하나가 여기서 발현된다. 책임감이다. 선대에서 일군 회사는 어려울 때 이별했다가도 여건이 조성되면 다시 찾아와서 원상회복시키겠다는 뜻이다. 보낸 회사도 악착같이 찾아오려고 하는데 지금 경영하고 있는 회사가 잘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전신은 1964년에 장홍식 창업주가 부산에 설립한 극동정유다.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였다. 극동정유에는 1968년부터 로얄더치/셸이 합작투자로 참여했다. 1969년에 로얄더치/셸이 투자를 늘리면서 상호가 극동셸석유주식회사로 변경되었는데 1977년에 로얄더치/셸이 철수하면서 상호가 극동석유로 변경되었다. 이때 현대그룹이 지분 일부를 취득했다. 1984년에는 미국의 게티오일이 합작투자로 진입했고 1988년에 상호를 극동정유로 바꾸었다. 1989년에 대산공장을 지었다.

극동정유는 재정난과 걸프전으로 인한 유가급등으로 타격을 받아 1993년 7월에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을 통해 인수해 현대정유가 되었다. 아산은 현대정유를 조카 정몽혁 당시 현대종합상사 회장에게 맡긴다. 정몽혁 회장은 아산의 다섯째 동생 정신영(1931~1962) 전 동아일보 기자의 아들이다. 정신영 기자는 독일 유학 중 서른두 살에 사고로 타계했는데 아산은 크게 충격을 받고 상심한 나머지 생애 유일무이한 열흘 휴무를 했다. 회고록에도 ‘아우 신영이’라는 제목으로 36년 동안이나 마음에 담고 있던 절절함을 표한다.

인수 이듬해 오일뱅크 브랜드를 론칭했고 3년 만에 435개였던 주유소 수를 1020개로 늘렸다. 1999년에는 구 경인에너지인 한화에너지를 인수해서 인천정유를 만들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여파로 경영난을 겪게 되어 그해 12월에 지분의 50%를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 IPIC (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mpany)에 5억 달러에 넘기면서 계열분리했다.

2002년에 현대오일뱅크가 되었고 IPIC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정몽혁 회장도 물러났다. 2006년에는 인천정유를 SK에너지에 매각했다. 현재의 SK인천석유화학이다. 그러나 정몽혁 회장은 7년 후에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를 되찾아 온 후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아산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목적으로 1976년에 설립했던 현대종합상사도 2003년에 채권단 손에 들어갔었던 것이다. 현대종합상사는 2016년에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되어 현대코퍼레이션이 되었고 현대(종합)상사는 그 자회사다.

한편 IPIC은 2006년에 현대로부터 20% 지분을 추가 매입한 후 미국의 코노코필립스에 지분 35% 매각을 시도했다. 이 시도가 실패하자 IPIC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재차 매각을 추진한다. 매각 지분도 50% 이상으로 높였다. 국내 석유회사들과 코노코가 입찰에 뛰어들었다.

이때 현대중공업이 1999년에 매각한 지분 50%에 대한 콜옵션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2008년에 콜옵션을 행사한 후 사안을 ICC 국제중재에 부쳤고 ICC는 2009년 11월 IPIC의 계약위반을 인정했다. 더해서 IPIC이 지분 70%를 현대중공업에 전량 넘겨야 한다고 판정했다. IPIC은 결과에 불복했지만 2010년 8월에 법적 절차를 포기하고 현대중공업에 지분을 매각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분 91.13%를 확보하면서 아산의 유산을 되찾아 왔다.

인수 후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을 사장으로 투입, IPIC 하에서 다소 어수선하게 경영되던 회사를 4년의 기간에 걸쳐 말끔하게 환골탈태시키고 성공적으로 사업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은 하루 69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정제한다. 중질유를 재분해할 수 있게 설비를 고도화했다. 석유화학 아로마틱사업 수직계열화가 완성되었고 윤활기유, 석유화학, 제철화학, 유류저장사업 등 비 정유사업 확대로 사업다각화를 계속하고 있다. 상업용 유류저장사업은 국내 유일이다. 2020년에는 매출 26조, 영업이익 2조 달성이 목표다.

오일뱅크에서는 아산의 나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월급의 1%를 1%나눔재단에 기부한다고 한다. 햅쌀 수매와 우럭 방류 같은 사업으로 지역 농어민을 지원하고 있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의 일환이다. 얼마 전 사우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정유공장은 인원과 시설에 대한 안전이 최우선인 곳이다. 필자가 오일뱅크를 방문해 본 소감도 회사가 안전과 친환경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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