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진출' 농협금융, 'JV 방식' 활용 배경은 [Deal Story] SI 역할, 현지 네트워크 활용 차원…이사회 의석 확보 의의
손현지 기자공개 2020-01-23 08:27:5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가 세계 최대 비료협동조합인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의 협력을 구상하기 시작한 건 2018년 말께부터다. 사실상 IFFCO와의 첫 인연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 기조에 부응하려던 의도가 크게 작용했다. 당시 국가 정책적으로 인도 IFFCO와 정책적으로 협력을 도모했고 농협금융도 농업정책금융의 목적으로 IFFCO와 접선했다.두 협동조합의 협력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던 건 작년 말께부터다. 그동안 '구두' 형식으로만 진행됐던 계약은 조인트벤처(JV)투자로 가닥을 잡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농협금융은 작년 하반기 IFFCO와 '트랙터 할부금융·유통'과 관련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으며 가장 먼저 담보대출 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기로 다짐했다.
농협금융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자회사인 농협캐피탈이 IFFCO 산하 트랙터 금융 전문회사인 키산파이낸스(IFFCO-Kisan Finance)의 지분 약 25%를 확보키로 결의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바로 이달 14일 아외스티 IFFCO 회장을 만나 키산파이낸스의 유상증자에 15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서명식을 진행했다. 양국 감독당국의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농협캐피탈은 IFFCO의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미얀마·중국·인도 닮은꼴…SI로서 지분투자
농협금융은 글로벌 영토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글로벌 영업 행보가 타 은행지주 대비 늦은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까지 국외 순익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글로벌진출 차별화 전략은 협력·합작 사업이다. 현지 협동조합이나 농업관련 우수 기업과 MOU를 맺고, 계열사 간 연계를 통해 사업화하는 방법이다. 전략적 투자자(SI)로서 현지기업의 사업확대, 성장을 위해 임원선임, 인력 파견 등 경영 협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지 실사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현지에서 단계별(사무소→지점→현지법인)로 규모를 키우거나 직접 인수·합병(M&A)에 나서기 보다는 지분투자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중국 공소그룹과 미얀마 투(HTOO)그룹, 인도의 IFFCO다. 세 곳 다 농협금융만의 강점을 활용한 농업-금융 연계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소그룹과는 합자손해보험과 합자증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얀마 투그룹과도 보험, 은행 분야에서의 지분투자 방안을 논의 중이다.
농협금융은 현지 시장에 장기적으로 녹아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지법인 설립, M&A 등 기존의 진출 방식으로 동남아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현지 시장을 잘 알고 있는 현지 금융사와 합작을 하면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며 "플랫폼 제공 등을 통해 협업해 나가면서 노하우를 확보한다면 지분확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는 타 은행들의 기조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해외진출, 특히 동남아 시장 진출과 관련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처음부터 지분 50%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오가닉(Inorganic)방식을 선호했다.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 현지 금융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해외사업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인트벤처, 불확실한 '인도' 시장 진출 솔루션
농협금융이 인도진출도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진행한 건 현지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던 탓이다. 사실상 계열사 중에서도 은행을 제외하고는 인도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이 없다. 인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태핑 작업조차 현지 네트워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키산파이낸스의 지분을 전량을 인수하지 않은 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현지실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해외 진출 리스크 경감차원에서 일종의 테스트 기간을 둔 셈이다.
또 2대주주 지위라 할 지라도 경영권 확보가 충분히 가능했다. 이번 JV방식의 계약을 체결하며 이사회 한 석을 차지한 상황이다. 계열사간 시너지 사업 확대 차원에서도 유리했다. 브랜드 이미지제고, 다양한 고객층의 정보를 활용하기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추가 지분 확보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다른 주주들의 동의도 필요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25% 지분을 통한 '협력'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인도 진출이 처음은 아니었다. 계열사 중 농협은행은 2016년 인도 뉴델리 사무소를 시작으로 노이다 지점 개설로 서남아 거점을 확보했다. 앞서 2015년 글로벌 사업을 중·장기 핵심 전략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본격 추진한 덕분이다. 지주사와 각 자회사에 글로벌 전담 부서를 신설했고, 베트남·미얀마 등 우선 진출 국가를 선정해 공동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공을 들인 결과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인도는 인구 수나 경제 성장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는 국가"라며 "IT금융 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출 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인구 2위, 세계 경제규모 7위에 해당되는 시장이다.
특히 트랙터 금융의 성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인도 트랙터 시장규모는 단일국가로서 가장 많은 70만대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연 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농협캐피탈도 IFFCO과 가장먼저 협력할 분야도 현지 농기계 구매와 담보대출이다.
농우바이오 생산종자 판매 주선·지원하고 있으며 연계 현지 농기업 금융상품 개발 및 거래기반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비료사업 등 사업영역 확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IFFCO는 농협 처럼 인도 최대 규모의 협동조합이다. 2017년 말 기준 인도 전역에 3만6000개의 회원조합을 두고 있다. IFFCO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광범위한 영업채널과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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