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공룡' 롯데케미칼, 태초에는 '신격호' 있었다 "기업공개·IMF 당시 파격적 금융지원 없었더라면…" 롯데 고위 관계자의 회고
박기수 기자공개 2020-01-21 09:16:3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17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308억원→7600억원→7조5654억원→16조5450억원'.모든 기업에는 역사가 있다. 1976년 탄생한 롯데케미칼은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회사다. 위 언급된 숫자는 1988년부터 10년 간격으로 롯데케미칼이 기록한 매출이다. 1988년 한 해 매출 2308억원을 기록했던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은 30년 뒤 매출을 약 72배로 늘린다. 국내에서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롯데케미칼, 익명을 요구한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 기반에는 신격호 명예회장(사진)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고 회고한다.
◇"IPO 해라"

다만 호남석유화학은 당시 충분한 자금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호남석유화학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신격호 전 명예회장의 결단력과 존재감이 빛났다고 알려진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당시 호남석유화학은 일본의 제일화학공업과 합작으로 이뤄진 회사였기 때문에 기업공개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신격호 명예회장의 존재가 없었다면 1990년대 초 호남석유화학의 IPO가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호남석유화학과 비교되던 곳이 IPO를 하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빠져 법정관리까지 갔었던 대한유화였다"며 "호남석유화학은 IPO를 통해 그런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91년대 4월 30일 호남석유화학은 IPO를 최종 이뤄내면서 NC공장과 SEG공장을 짓기 위한 자금(4734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IMF로 업계 무너질 때 빛났던 존재감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의 'IPO 결단'이 1990년대 후반 국내에 들이닥친 금융위기(IMF) 사태 때도 빛을 발했다고 회고한다.
1990년대 중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공격적인 확장 정책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호남석유화학 역시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늘리며 새로운 공장들을 늘려갔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990년 말 103.7%에 불과했던 호남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1997년 말 225.4%까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IMF라는 시련은 호남석유화학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는 게 고위 관계자의 회고다. 그는 "IMF 사태를 감지한 신격호 전 명예회장은 곧바로 회사의 제1 경영방침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내걸었다"면서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본 롯데 측에서도 당시 파격적인 조건으로 금융지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금리가 15~20%에 달했는데, 일본 미쓰이물산 등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싼 금리로 금융 지원을 받았다"라면서 "일본 미쓰이물산에서 '신격호의 롯데' 하나만 믿고 이런 지원을 해준 것"이라고 회상했다.

신 명예회장의 존재감 덕에 호남석유화학의 부채 부담은 IMF 사태 이후 급격히 낮아졌다. 1997년 225.4%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년 만에 63.7%까지 낮아졌다. 차입금 이자 비용 역시 1997년 307억원에서 1999년 19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대부분 IMF에 쓰러질 때 신 전 명예회장의 철학이 깃든 호남석유화학은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오히려 호남석유화학은 이때 다진 재무 구조 및 자금력을 토대로 2000년대 초 사사에 길이 남을 M&A에 나섰다. 2003년 1월 IMF 위기로 좌초됐던 현대석유화학의 대산공장(롯데대산유화)과 2004년 KP케미칼 울산공장을 인수하며 '호남석유화학-롯데대산유화-KP케미칼'이라는 3사 체제를 이뤘다. 이 3사는 2012년 하나로 합병됐고, 2년 뒤 합병된 회사는 현재 사명인 '롯데케미칼'로 이름을 바꿨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두 건의 M&A는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경영진에 있을 때 이뤄진 일이긴 하나, 신격호 명예회장 역시 당시 결제권이 있었다"라면서 "부자가 함께 이뤄낸 업적"이라고 밝혔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산들을 토대로 탄생한 롯데케미칼은 2~3년 뒤 삼성그룹의 두 화학사(롯데정밀화학·롯데첨단소재)를 인수했고, 롯데케미칼은 올해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면서 또 한 번의 진화를 거쳤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비전2030'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2030년에 매출 50조원을 기록하고, 글로벌 7위권 화학사로 거듭난다는 목표가 담긴 슬로건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이렇게나 성장한 롯데케미칼을 신격호 명예회장 역시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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