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3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딜은 단연 배달의민족이다. 3000만원으로 창업해 단기간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고, 결국 4조7500억원(4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전세계 배달앱 1위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배달의민족 딜은 성공스토리와 규모 등 이목을 끄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도 딜리버리히어로(DH)가 5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매긴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가 관전포인트로 많이 회자된다. 사업모델, 아시아에서의 성장 가능성, 보유 데이터 등 거론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 근거는 많다. 하지만 최근 들은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딜리버리히어로는 결국 김봉진 대표를 산 것"이라는 견해다.
김봉진 대표의 몸값으로 4조7500억원을 책정했다는 논리는 그간 해외시장에서 나왔던 그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한다. 실제로 해외 기업과 대형 사모투자펀드 운용사(PEF) 다수는 몇년 전부터 배달의민족을 심도있게 연구해왔다. 이유는 한가지다.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배달앱 모델이라고 꼽았기 때문이다. 결론은 하나로 귀결됐다. 결국 김 대표의 머리였다.
자본력을 가진 누군가 후발주자로 뛰어든다면 배달의민족을 모방해 비슷한 업체를 만들수는 있다. 하지만 경영상 위기나 혁신의 갈림길을 만났을 때 가장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CEO를 만들어내긴 어렵다.
전세계 배달앱 시장 장악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DH는 요기요 인수를 통해 한국시장 진출을 이미 시도했으나 배달의민족을 넘어서진 못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경쟁업체 인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DH는 배달의민족을 샀다가 보다는 김봉진이라는 사람을 모셔왔다. 배달의민족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은 현금을 받고 엑시트를 했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DH 아시아 시장 확대의 선봉장이 됐다.
이번 거래로 김 대표와 경영진들의 배달의민족 지분 13%는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지분전환이 완료되면 김 대표는 DH의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김 대표와 DH는 50:50의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한다. 우아DH아시아는 DH의 기존 아시아 사업과 배달의민족의 한국, 베트남 부문 경영을 총괄한다. 김 대표는 우아DH아시아 회장 직함으로 DH의 아시아시장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창업한 회사를 매각했다기 보다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들여 더 큰 무대로 진출시킨 셈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DH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전세계 40개국에 진출해 있다. 최대주주는 남아공의 네스퍼스(Nespers)그룹으로 22%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스퍼스는 미디어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소위 '돈이 몰릴것 같은 곳'에 대한 투자로 더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텐센트다. 2001년 투자해 현재 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스퍼스는 크게 글로벌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수스(Prosus), 미디어사업 총괄인 미디어24(Media 24), 남아공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테이크어랏(Take a lot)으로 사업이 나뉜다.
텐센트에 투자했던 프로수스는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음식 배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015년 아이푸드(iFood) 브랜드를 갖고 있는 브라질기업 모빌레에 투자했다. 2017년에는 독일의 DH와 인도의 스위기(Swiggy)에 투자해 각각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네스퍼스는 직접 혹은 투자사를 통해 중국 1위 배달앱인 메이퇀뎬핑, 동남아의 푸드판다 등을 보유하며 공격적으로 전세계 배달앱 시장 평정을 꾀하고 있다.
네스퍼스의 투자사 DNA는 직간접적으로 DH의 글로벌 확장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고, DH는 아시아 시장을 김봉진이라는 인물에게 맡겼다. 아시아 시장 중 특히 동남아 음식배달시장은 그랩과 고젝 등의 약진이 두드러진 상태다.
다만 지분을 역추적 하다보면 이들이 DH와 꼭 점유율 싸움을 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 네스퍼스가 투자한 텐센트는 고젝(인도네시아), 디디추싱(중국), 올라(인도) 등의 투자사다. 이중 디디추싱은 그랩(싱가포르)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DH의 경쟁사로 언급되는 아시아지역 회사들 대부분 지분으로 얽힌 관계에 있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DH가 김 대표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시아 내 다른 회사의 점유율을 빼앗는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 음식배달사업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던 한국서의 노하우를 아시아시장에서도 발휘, 파격적인 몸값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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