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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TRS 계약해지, 라임사태 '불' 더 붙였다 증권사들, 정상적 TRS 계약 정리 '가닥'…부실 없는 펀드도 유동성 위험지대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27 18:04:4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7일 1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에서 비롯된 헤지펀드 업계 환매중단 사태 규모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조짐이다. 증권사가 펀드 편입자산의 부실 여부를 막론하고 기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추가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멀쩡하게 펀드를 운용하고 있던 운용사들도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증권사, 왜 TRS 계약 해지 결정했나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펀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라임자산운용을 비롯한 몇몇 운용사가 지난해 모자형 구조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 편입자산 부실 등을 이유로 환매를 중단한 경우는 있지만 TRS 계약 해지가 환매 중단 원인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TRS는 기초자산을 재무적투자자(FI)가 매입하고 매도자는 FI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계약으로 헤지펀드 운용사가 사용할 경우 유동성과 레버리지 효과가 있다.

TRS 계약을 제공했던 증권사들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잇따라 위기에 봉착했다. 라임자산운용에 메자닌 TRS를 제공했던 KB증권이 라임의 파킹거래 의혹에 휩쓸리며 가장 먼저 구설수에 올랐고, 이후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35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체결한 신한금융투자가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NH투자증권은 라임자산운용에 제공한 주식 TRS에서 손실이 났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1500억원 규모의 펀드 기초 TRS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잇따라 신규 펀드와 운용사에 제공하는 대출을 막으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각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파트너들이 운용사에 잇따라 신규 대출 불가를 통보했다. KB증권 역시 TRS 계약 증거금률을 100%로 올리면서 관련 비즈니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증거금률 100%는 레버리지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은 신규 대출을 멈춘 데 이어 기존에 제공했던 TRS 계약 해지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TRS 계약 규정상 증권사가 해지를 요구하면 운용사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 KB증권의 경우 증거금률 100%를 선언할 당시 운용사가 TRS를 거쳐 투자한 자산과 펀드별 유동성 여건을 감안해 대출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타 증권사 역시 계약 해지는 불가피해도 운용사 시간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무역금융 헤지펀드 IIG(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 등록이 취소되고 리스크에 노출된 금액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증권사들도 더 이상 TRS 해지 속도를 늦출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운용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는대로 TRS 계약을 풀어가기로 했으나 이젠 최대한 짧은 기간 내에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증권사 대표들은 TRS 비즈니스를 사실상 접을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TRS 해지 속도 높이는 증권사, 환매중단 사태 일파만파

증권사가 계약 해지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추후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라임자산운용이 구성한 3자 협의체(라임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TRS 제공 증권사)에 포함된 증권사들은 대출 회수 절차와 방식을 놓고 판매사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면 TRS 제공 증권사에게 대출 회수 우선권이 있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판매사들은 고객 보호 명분을 내세워 연대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이 라임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다른 펀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TRS 계약 해지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TRS 계약 해지 여파로 부실 자산이 없는 펀드도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역시 환매중단 펀드의 편입 자산에서 발생한 부실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가 갑작스런 TRS 계약 해지를 요구할 경우 1차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더해 본사 조치로 공포심에 사로잡힌 PB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빗발치면 펀드에 남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환매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식의 유동성 위기가 TRS 계약을 사용하는 다수 운용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사는 TRS로 제공된 대출 회수를 위해, 영업점 PB는 투자한 고객 자산을 돌려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환매 요청에 나서는 형국"이라며 "펀드에 관련된 주체들이 이성을 찾지 않으면 환매중단 리스크는 업계 전반으로 일파만파 퍼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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