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 인도 금융시장 진출 기업 '조력자'로 나서 NH농협캐피탈 현지 법률자문 제공키로...별도팀 구성도 타진
조세훈 기자공개 2020-01-30 10:09:0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9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현지 지점 설립이 늘어나는 가운데 NH농협캐피탈의 경우 한국계 금융회사 최초로 조인트벤처 방식을 통해 인도에 진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평가다.법무법인 지평은 국내 금융사들의 인도 진출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의 인도 시장 진출도 지평의 손을 거쳤다. 연방제 국가인 인도는 각 주마다 법과 규제가 다르다. 인도 시장에 경험이 없으면 적합한 인수합병(M&A) 매물을 찾더라도 현지 실사를 거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어려움이 따른다. 지평은 국내 금융사의 동남아시장 진출을 도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진출의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인도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인도는 지리·경제적 중요성에 비해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더딘 국가다. 국내 금융사가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 앞다퉈 진출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만 중요성이 높은만큼 진출에 대한 의지는 높다. 인도는 인구 2위, 세계 경제규모 7위에 해당되는 시장이다. 오는 2025년에는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꼬는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이뤄졌다. 2018년 7월 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때 국내 금융사 회장과 은행장들이 동행해 인도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이후 농협금융지주는 2018년 말 세계 최대 비료협동조합인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협력을 구상했다. IFFCO 산하 트랙터 금융 전문회사인 키산파이낸스(IFFCO-Kisan Finance)의 조인트벤처(JV)투자로 좁혀졌다. 국내 금융사가 지분 투자로 인도에 진출한 첫 사례다. 법률자문은 지평, 회계자문은 삼일PwC가 맡았다.
JV투자 법률자문을 맡은 반기일 지평 외국변호사(사진)는 인도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복잡한 규제와 실사의 높은 난이도를 꼽았다. 반 변호사는 2010년부터 라오스, 캄보디아 현지에서 다수의 금융사 설립 및 M&A 법률 자문을 한 동남아 시장 전문가다. 그는 "인도는 주마다 정책이나 규제가 달라 M&A를 위한 지점 실사가 상당히 까다롭다"며 "특히 조세, 노동 부분 규제가 달라 실사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여된다"고 말했다. 인도는 29개 주와 7개 자치령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다. 한 지역에 기반한 제조업과 달리 금융사는 인도 전역에 지점을 갖추고 있어 각 주마다 규제에 맞는 실사 포인트를 찾는 게 핵심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선진화된 금융 시장도 진출의 걸림돌이다. 당장 인도의 비은행 금융회사(NBFC, Non-Banking Fincancial Company)는 1만개가 넘는다. 반 변호사는 "인도는 금융시장이 성장한 곳으로 전문성도 높은 편"이라며 "적합한 인수 대상을 찾는 것부터 M&A 협상을 진행하는 데까지 모두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농협캐피탈의 키산파이낸스 JV 투자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설립된 키산파이낸스에는 전략적투자자(SI), 재무적투자자(FI)가 다수 투자한 상태였다. SI에는 인도 2위 은행인 ICICI도 포함돼 있다. 내부통제, 준법감시 등 IFFCO의 컴플라이언스가 엄격하고 다양한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해 JV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렸다.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반 변호사는 "인도는 내수시장이 크고 기존 형성되고 있는 금융시장이 있다보니 투자가 절실하지는 않다"며 "인내심을 갖고 협상과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농협캐피탈은 IFFCO 산하 트랙터 금융 전문회사인 키산파이낸스(IFFCO-Kisan Finance)에 15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25%를 확보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승인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인도는 NBFC의 경우 지분이 26%를 초과하면 인도중앙은행으로부터 적격성 승인을 받아야 한다. 농협캐피탈은 추후 증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절차를 밟고 있다.
인도 진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지평은 국내 금융사의 추가 진출을 돕기위해 인도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현지 규제상 외국로펌이 현지사무소를 설립할 수 없어 인도로펌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JV투자건에서 호흡을 맞춘 로펌 등이 대상이다. 지평은 인도에 근접한 미얀마에 현지법인이 있는만큼 유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춘 상태다. 반 변호사는 "인도팀 구성은 오랫동안 고민해왔지만 실제 수요가 없어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며 "농협캐피탈의 진출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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