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현대건설, 영업익 '마의 1조 고지' 딜레마IR자료서 2017년 4Q부터 3년 연속 언급, 목표 달성 관건 해외 사업 손실 여부
이명관 기자공개 2020-02-03 10:30:3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이 올해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2016년을 끝으로 최근 3년 연속 8000억~9000억원대 이익을 거둬들였다. 아쉽게 놓친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건설은 분기 IR 자료 중 4분기 자료에는 이듬해 연간 실적 예상치로 영업이익 1조원을 제시한다. 예상치로 영업이익 1조원이 처음 보고서에 담긴 것은 2017년 4분기다. 이후 계속 1조원 달성에 실패하면 매년 IR 보고서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사실상 목표치나 다름없는 수치로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현대건설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2017년 4분기 IR 영업이익 예상치 첫 언급
현대건설은 매 분기마다 IR 자료를 통해 상세 실적을 공개한다. 처음으로 IR 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해당 IR 보고서는 전년도인 2002년의 연간 실적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이후 2003년 실적부터 분기별로 IR 보고서를 제공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갖췄다.
IR 보고서에는 전체 실적과 함께 사업 부문별, 지역별 실적이 담긴다. 이와 함께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등의 주요 재무지표도 포함돼 있다. 여기엔 신규 수주액과 수주잔고 등 미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일감확보 현황도 공개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제한된 선에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10여년 이상 IR 보고서가 나오다가 미세하지만 내용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17년 4분기 IR 보고서부터다. 신년 경영계획과 관련해 기존엔 매출과 신규수주 규모 정도만 제시했는데, 2017년 4분기엔 처음으로 영업이익 예상치가 포함됐다. 이 보고서엔 2018년 예상 영업이익으로 1조1000억원이 언급됐다. 이는 전년대비 11.5% 불어난 규모였다. 이후 공개한 보고서에는 모두 이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로 1조원이 제시됐다.
최근 3년 연속 예상 영업이익으로 1조원을 제시한 것은 현대건설이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둔 탓이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0년 7000억원대에 진입했고, 이후 2013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4년 드디어 8000억원을 넘어섰고, 여세를 몰아 2015년엔 처음으로 1조원을 달성했다. 2015년 영업이익은 1조893억원이다. 이듬해인 2016년엔 1조1589억원의 이익을 실현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2017년 9861억원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2018년과 2019년 모두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계속해서 1조원 달성에 실패하면서 IR 보고서에 영업이익 예상치를 지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목표치인 셈이다. 한 번 영업이익 1조원 벽을 넘어섰던 터라 이후 눈 높이가 이 정도 수준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1조원 달성 변수 해외 추가 손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이 올해 영업이익 1조원대 복귀가 가능할까. 시장에선 대체적으로 긍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년 해외를 중심으로 신규 수주가 증가하면서 줄었던 수주잔고가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수주고 추이를 보면 2013년 53조6435억원에서 이듬해인 2014년 66조5643억원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5년엔 67조원대로 소폭 증가하더니 2017년엔 사상최대치인 70조원을 돌파하며 폭발적으로 수주고가 늘었다. 그러다 2018년 55조원으로 일감이 크게 줄었다. 그러다 작년 들어 다시 활발한 신규수주 덕분에 56조원대로 소폭 불어났다. 작년 신규수주액은 24조2521억원으로 전년대비 27.4%나 급증했다. 이는 최근 5년래 최고치다.
신규 수주는 해외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작년 해외 신규수주 규모는 전체의 41.9%에 해당하는 10조1672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43%, 금액으로 보면 3조원 이상 불어난 액수다. 국내도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14조원대에 이르는 신규수주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현대건설이 해외 시장에서 일감을 순조롭게 확보하고 있는 것은 국내 부동산 침체기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해외 시장으로 신규수주의 무게 중심을 옮긴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해외 신규수주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목표치로 제시한 해외 신규 수주액은 13조1000억원이다. 작년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해외사업 신규수주는 20억달러 규모의 파나마 메트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 자프라 가스(30억달러), 카타르 담수플랜트(35억달러) 등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 사업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추가손실은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현대건설은 해외 현장에서만 16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특히 4분기에만 갑작스레 800억원의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 작년 영업이익이 8821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추가 손실이 아쉽다. 추가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하려면 관건은 해외 사업"이라며 "해외 현장에서 손실 관리만 잘 이뤄지면 올해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고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에서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윤여성 전무(CFO)다. 윤 전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통'으로 손 꼽히는 인물이다.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당시 둥펑위에다기아(DYK, 중국 합작법인)의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중국사업부장을 맡았다. 2018년 2월 현대건설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현대모비스에서 베이징권역 담당, 중국사무소 담당 등을 겸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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