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포스코 車 강판', 8% 영업이익률의 숨은 공신철강업 불황에 실적 버팀목, 글로벌 완성차 공급, '모빌리티' 확산 변수
구태우 기자공개 2020-02-07 08:21:31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R의 공포(Recession·경기침체)'가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각축전을 벌였던 중국과 인도마저도 신차 판매가 줄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동차 보급률이 낮아, 저성장을 우려했던 완성차 업체에 '단비' 같은 수요처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글로벌 경기 악화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신흥국에서도 신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완성차 산업이 '암흑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후방산업인 철강사들도 덩달아 불황을 맞고 있다. 조선업과 건설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까지 침체되면서 철강사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인 포스코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사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30조3735억원, 영업이익은 2조58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5%에 달했다. 여타 철강사가 3%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낸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방한 셈이다.
포스코도 여타 철강사와 마찬가지로 많이 팔고도 이익은 적게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5864억원)은 전년(3조8094억원)보다 1조2230억원 감소했다. 2018년까지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는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원가(철광석)는 상승했는데 제품가를 올리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포스코가 비교적 우수한 실적을 낸 건 자동차강판 때문이었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판매량은 신차 판매 감소에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해 31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자동차강판 판매량을 공개했다.
지난해 총 90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판매했다. 2015년 87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팔았는데, 4년 동안 연간 판매량은 30만톤 늘어나는데 그쳤다. 완성차 판매가 줄어든 걸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
포스코가 8%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었던 건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때문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사 중 자동차강판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철강사다. 자동차강판은 철강 제품 중에서도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이다. 차체에 맞게 모양을 변형해야 하는데, 강도 또한 높아야 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로 갈수록 연비가 중요해져, 자동차강판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해야 한다. 포스코의 '기가스틸 강판'은 1mm당 100㎏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
자동차 한대 당 자동차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중형차 한대에 약 900㎏의 자동차강판이 들어간다. 자동차 무게가 10% 감소할 때 연비는 5~7% 감소한다. 대량 생산 및 대량 납품이 가능하고, 한번 납품하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자동차강판의 수익성은 여타 철강제품과 비교해 평균 이상이다. 철강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록 자동차강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포스코는 차체와 샤시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전체 철강제품 판매량 중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차체와 샤시에 들어가는 21종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자동차에 쓰이는 모든 강판을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에 들어가는 철강 제품도 생산한다. 고객사가 차체에 필요한 강판을 주문하면 포스코가 맞춤형으로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공급사슬을 다양화한 것도 장점이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은 국내보다 해외에 주로 납품된다. BMW와 GM, 폭스바겐 등 전 세계 메이저 주요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한다. 일부 마이너 업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완성차 회사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이후에는 토요타 등 일본 업체까지 납품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강판을 가장 많이 납품하는 철강사다.
지난해 8%대의 영업이익률을 낸 것도 자동차강판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약 49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했지만, 현대자동차 비중이 84.8%에 달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포스코는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도 글로벌 '톱' 메이커에 자동차강판을 납품해 수익성을 지켰다는 분석이다.
철강시장이 침체되면서 자동차강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자동차를 '재산'이 아닌 '모빌리티'로 보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철강사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주요 7대 시장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감소세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는 신차가 많이 팔리는 나라로 꼽힌다. 올해부터 7대 국가의 자동차 판매량은 일제히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신흥국인 인도마저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인도 인구는 13억명에 달하는데,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 당 30여대에 불과하다.
자동차강판을 '실적 버팀목'으로 믿었던 철강사들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강판은 철강사의 실적을 견인하는데, 완성차 판매가 줄면서 철강사가 느끼는 위기감이 커졌다"며 "포스코는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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