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세일앤드리스백' 유동화의 딜레마 매각자금 대부분 부채상환, 급한불 껐지만 추가 레버리지 제한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10 09:30:1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지난해 자금확보를 위해 단행한 '세일앤드리스백(Sale&Leaseback)' 방식의 유동화 전략이 딜레마에 빠졌다.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며 일단 숨통이 틔였지만 지난해 도입된 신 회계기준 탓에 리스가 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한 1조원 대부분을 부채상환에 투입해 급한불을 껐다. 그러나 추가로 차입을 하는 등 레버리지 전략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13개 점포의 토지 및 건물을 9524억8000만원에 처분했다. 거래 상대방은 마스턴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펀드이다. 이마트는 펀드에 자산을 넘기고 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 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활용했다. 임차기간은 10년이다. 해당 펀드의 기대수익률이 5% 이상으로 설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치 외 이마트가 해당 수익률 상당부분을 임차료로 보전하는 형태로 계약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본 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자산 유동화를 택했다. 전국에 분포된 140여개 점포의 80% 이상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만큼 이를 유동화 시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였다. 유통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니즈가 과거 대비 느슨해졌다는 점도 배경이다. 부진 점포를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포수를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 그대로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재산세(보유세)를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매각 자금으로는 차입금 상환 등에 나서며 이자비용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어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트의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의 유동화는 신 회계기준 하에서 양날의 검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제회계기준(IFRS) 1116호는 모든 리스계약을 동일한 방식으로 회계처리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지급해야 할 리스료의 현재가치를 리스부채로 계상하고, 리스부채 측정금액에서 선급리스료, 리스개설직접원가 등을 가감해 사용권자산으로 인식한다. 매월 리스료는 사용권자산의 감가상각비와 리스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별도 처리된다.
이마트는 기존 마트 부지의 자산을 리스로 임대했기 때문에 10년간의 임대료 합산을 현재가로 계산해 부채로 인식했다. 세일앤드리스백 활용 이전 리스부채는 연결기준 약 1조8000억원, 별도기준으로는 7138억원이다. 이를 포함한 총차입금은 현재 각각 5조8400억원, 3조6000억원이다. 매각 점포에 대한 리스계약이 회계상 반영되면 부채수준은 수천억원 가량 더 늘어난다. 106% 수준인 부채비율도 상승했다.
매년 900억원 안팎이었던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자비용은 11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기간 617억원 대비 약 두배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유동화 한 자산의 매월 임대료까지 추가되면 연간 이자비용은 예년대비 두배 수준인 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1.5배 수준인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으로 떨어질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이마트는 점포 자산 매각 대금 약 1조원 대부분을 부채상환에 활용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미 자금 집행까지 마무리 했다. 기존 부채를 축소하며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는 방안 외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약 95% 안팎으로 축소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당장 급한불을 껐지만 이마트는 앞으로 추가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점포 등을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유동화 하더라도 리스부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이마트가 공모채 등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도 이를 감안할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투자금 등 추가 자금마련을 위해 이마트가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몇가지 없다는 말로 치환된다. 금융투자업계서 이마트가 부진 자회사 매각 등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회자되는 것도 이를 감안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 유동화로 부채비율 확대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매각대금 대부분을 부채상환에 썼고, 부채비율은 90%대로 낮춰놨다"며 "추가 자산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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