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인수후 3가지 통합 시나리오 [KB, 보험업 메기될까]⑧강점 '종신보험' 시장 축소,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 '새판' 가능성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10 11:12:11
[편집자주]
이번엔 KB 차례다.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한발 달려나가자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을 타깃으로 삼고 견제에 나섰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따른 보험업계의 변화와 파장, 그리고 비은행부문 확대를 노리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비전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5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이 통합 시너지를 발휘해 보험업 메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일단 두 보험사 통합으로 몸집이 불어나는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자산 30조원을 훌쩍 넘기며 업계 5위권에 안착한다. 관건은 변화하는 보험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상품전략을 마련하느냐다.통합 가정시 판매상품 포트폴리오 시나리오를 3가지로 그려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개성강한 푸르덴셜의 색깔을 따라가느냐다. 그간 푸르덴셜은 종신보험과 변액 보험 중심의 영업을 고수하며 장기·보장성 상품 중심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두 번째는 은행계열사를 지니고 있는 KB생명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마지막으로는 양 보험사의 색깔을 담지않은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방법이다. 원펌 전략을 펼치고 있는 KB금융지주이 어떤 방향성을 마련하는지가 중요해진다.
번외로 제3의 보험매물을 기다리며 인수를 포기하는 선택지도 있다. KB금융은 이미 푸르덴셜생명 실사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매도자가 원하는 2조~3조원에 달하는 가격이 KB가 판단한 밸류에이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뚜렷한 특색 없는 KB, 푸르덴셜과 결합 '모 아니면 도'
보험업계 M&A 히스토리를 돌아보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미래에셋생명의 PCA생명 인수가 꼽힌다. SK생명보험 시절부터 변액보험 강자로 불리던 미래에셋생명이 마찬가지로 변액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오던 PCA생명을 떠안았던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쏠림현상(변액+변액)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예상과 달리 M&A 후 시너지 효과는 제대로 발휘됐다. 변액보험 포트폴리오가 한층 탄탄해진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적립금은 2017년 말 6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PCA생명 인수후 2018년 상반기께부터 10조원대로 올라섰다.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수료수익을 거둬들였으며 이원차 스프레드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저금리로 타보험사들이 이차역마진에 시달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역대 사례를 보면 보험사 M&A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채워줄 때보다 비슷한 강점을 지닌 보험사들끼리 합쳐져야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왔다"며 "전혀 다른 특색을 지닌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시너지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KB생명은 뚜렷한 색깔이 없는 보험사다. 합병이 성사된다고 가정했을 때 KB생명 주도로 상품전략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KB생명 측은 올해는 보험업황 사정에 맞춰 종신, 보장성, 변액 상품 위주로 판매할 방침이다. 그러나 그간 저축성 보험에 집중해온 탓에 체질적으로 장기·보장성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상태다.
기존에는 은행지주사 계열의 생보사로서 방카슈랑스 채널의 강점을 살려 저축성보험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나 2017년 부터 '보장성보험'으로의 포트폴리오 개편을 단행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감독회계(K-ICS) 시행을 앞두고 자본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IFRS17 체제하에서는 원가평가하고 있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저축성보험은 부채(책임준비금)에 대한 부담이 커서 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경쟁력도 약해지고 차별성도 잃었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유입되던 저축성보험이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질적 상품 위주 변화로 포트폴리오가 변화하면서 영업력과 성장성도 주춤했다. 2016년 1287억원 수준을 기록했던 초회보험료가 작년 9월 6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렇다할 KB만의 독창적인 상품이 부재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방카 채널 활용 역시 제약이 따랐다. 방카슈랑스 '25%룰'에 따라 특정회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로 이내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두각을 드러내는 면모가 없기에 KB금융이 인수하는 보험사가 어떤 특징을 지니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종신보험의 퇴보…KB지주 주도시, 처음부터 새판 짤수도
그렇다면 '푸르덴셜생명화' 되는 통합은 어떨까. 푸르덴셜생명 '종신보험 명가'로 불리는 개성이 매우 강한 보험사다. 초창기부터 남성 중심의 전문적 라이프 컨설턴트 이미지로 시장을 석권했으며 저축성 보험은 거의 팔지 않았다. 일반계정에서 종신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보장성보험(56%)와 변액보험(33.5%) 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저축성보험(10%)의 비중은 미미하다. 때문에 KB생명이 푸르덴셜의 차별성을 그대로 흡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종신보험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경쟁력이 부족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종신보험은 건당보험료 액수가 큰 탓에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다. 기대수명 상승, 1인 가구 증가, 사망률 감소 등으로 주류 보험은 연금보험 등 생존보험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해온 한화·삼성·교보생명에 비하면 건전성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변액보험 쪽에 집중한다고 해도 이미 선점하고 있는 보험사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푸르덴셜은 수입보험료·자산 기준 점유율이 업계 2% 내외로 시장 장악력이 크진 않다. 주력 사업군 시장점유율(보장성보험 3%, 변액보험 3.7%)도 한자리수다. 2016년부터 변액상품을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상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평가다. 결국 푸르덴셜의 색깔만을 따라간다면 큰 메리트가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KB금융이 주도해 완전히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합병 시너지 효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KB금융 내부적으로 보험업 관련 전략을 어떻게 짤 지가 관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합병 주체들의 시너지 창출이 딜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KB금융이 입찰에 나선다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간 시너지 창출 전략을 마련해 놓은 상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IB업계 회의적 시각…"KB, 실사후 발 뺄 수도"
현재 원매자들은 푸르덴셜 실사에 한창이다. 가상데이터룸(VDR)실사와 경영진 인터뷰(MP) 등 실사가 4~5주간 걸쳐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본 입찰은 내달 중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실사후 태세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막상 측정한 밸류에이션이 가격요건에 안맞으면 포기할 수도 있고, 본입찰에 참여한다고 해도 비딩가격을 무리해서 부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에 러브콜을 보냈던 이유는 보수적 성향 자산운용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은 그간 장기 채권 위주의 운용자산을 구성해왔기 때문에 현금·국공채 등 신용위험이 낮은 안전자산의 비중이 업계 평균(50.5%)을 웃도는 87.6%를 기록하고 있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지급여력비율(RBC)이 515%에 달해 금감원이 요구하는 수준(150%)를 훌쩍 넘긴다.
KB생명으로서도 건전성 제고가 시급한 사안은 아니다. 일단 그간 판매했던 저축성상품(변동성)들의 만기기간이 도래하면서 보유자산 추가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적다. 한일생명 시절 확정금리형 저축성 상품을 팔았던 이력이 있지만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ABL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와 동양생명이나 미래에셋생명도 잠재적 생보사매물로 여겨지고 있다.
사모펀드(PEF)들의 적극적인 '베팅'도 변수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관심을 갖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PEF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30%가 넘는 높은 배당성향이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좋은 매물이니 만큼 적지않은 비딩가격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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