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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은행업 3차 개방]하나은행, '투트랙 전략' 로컬은행 M&A 가능성④지점 신청, 3년 후 법인전환 가능성 포석

진현우 기자공개 2020-02-10 11:17:04

[편집자주]

국내 시중은행들의 마지막 신남방 격전지로 미얀마가 부상하고 있다. 미얀마는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은행업 문호를 개방한다. 특히 법인 설립과 리테일 금융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면서 국가별 경쟁양상이 치열할 전망이다. 저금리·저수익·저성장 ‘3低’ 시대에 봉착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신남방 진출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미얀마 양곤사무소를 개소한 시점은 2012년 9월로, 그 해 로컬은행 중 순자산 기준 톱3에 속한 아야(AYA)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으며 진출 포석을 다졌다. 하나은행은 2014년 은행업 1차 개방엔 불참했다. 대신 진입규제가 덜한 소액여신대출(MFI)에 진출했다. 영업제한이 많이 걸린 은행업보다 신파일러(Thin Filer)를 대상으로 한 MFI로 노선을 잡은 셈이다.

하나은행이 미얀마 중앙은행의 3차 은행업 개방에 첫 출사표를 던진 건 그룹 차원에서 해외 수익비중을 늘리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 현재 하나은행의 투자비중은 법인으로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많이 쏠려 있다. 다만 사업확장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신남방 지역을 태핑했고 미얀마를 올해 글로벌 투자거점으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순이자마진(NIM)이 한국의 4~5배를 웃도는 신남방 사업라인은 국내 금융지주들이 갖춰야 할 숙원과제가 됐다. 국내 은행업은 말 그대로 저금리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마침 미얀마 중앙은행(NBC)이 작년 7월 글로벌 컨설팅사 롤랜드버거(RolandBerger)를 통해 추가 라이선스 발급을 위한 입찰경쟁을 예고했다.

◇하나은행 지점 신청, 3년 뒤 법인전환 가능… 단계별 진출전략 시사

미얀마 은행업 진출을 일찌감치 검토해 왔던 하나은행은 지점 라이선스를 제출하며 지금이 진출 적기임을 시사했다. 실제 미얀마 금융업의 갑기금 수준은 높은 편에 속한다. 하나은행이 무리한 진출 전략을 강행하는 대신 2014년 소액금융업(MFI)을 설립하며 후일을 도모해 온 것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현지 공략에 나서겠다는 나름의 전략이 내재돼 있다.

무엇보다 법인이 아닌 지점을 택한 하나은행의 속내는 그간 펼쳐온 미얀마 진출 전략을 통해서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하나은행도 미얀마 금융업의 성장가능성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스템·법규제 미비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자리한다. 따라서 지점 라이선스를 받아 시장 분위기를 우선 살펴본 뒤 3년 후 법인 전환을 고려하며 단계별로 접근하겠다는 게 하나은행의 전략적 셈법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하나은행도 지점 한 개로는 리테일금융을 영위하기엔 현실적인 벽이 높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얀마 중앙은행이 올해부터 지점 라이선스를 받고 3년을 꽉 채운 외국계은행에게 법인 전환 신청 옵션을 열어주면서 단계별 시장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첨병’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 2020년 MFI 소매금융 기준 3위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 가장 먼저 MFI 시장에 뛰어들어 네트워크를 갖춰왔다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하나은행은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 설립 단계부터 현지 밀착형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일례로 모든 문서를 미얀마어로 작성했고 본점 파견인력도 최소화했다. 서민금융서비스업 진출을 택한 초기 전략은 그간의 실적이 말해주듯 주효했다는 평이다.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는 2015년 1억2600만원이었던 순이익은 이듬해 7~8배 성장했고, 작년 9월엔 순이익 26억원을 달성했다. 2020년 1월 기준 195개 MFI 중에서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는 소매금융 대출자산 기준 3위에 랭크돼 있다. 전체 미얀마 MFI에서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의 시장점유율은 약 5.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금융이력이 없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들의 대출니즈를 충족하면서 리테일 시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작년 3분기 53개 영업점은 올해 72개까지 늘려 영업 채널링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게 목표다. MFI는 향후 하나금융이 은행업 진출 성과를 이뤄냈을 때 초기 연착륙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하나금융은 올해 초 현지 감독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아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의 대주주를 기존 하나은행에서 하나캐피탈로 변경했다. 하나금융은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가 어느 정도 시장 연착륙에 성공한 만큼 확장을 위해선 캐피탈업무를 본질로 하는 하나캐피탈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동시에 은행과 소액대출업(MFI)은 타겟 고객군과 상이한 업종 특성을 고려해 앞으로도 협업은 하되 별도 법인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8월 회사법 개정, 외국인 지분취득 한도 35%… 로컬은행 M&A 나설까

하나금융은 MFI 진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며 초기 시장선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또 로컬은행을 해외 파트너로 낙점하며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하나은행의 스탠스도 돋보였다. AYA은행과의 영업제휴는 하나은행이 낯설었던 미얀마 현지 시장을 파악하는데 많은 힘이 되어줬다.

최근 하나금융은 미얀마 현지 로컬은행 인수를 위한 태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수 타겟대상을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M&A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은 상태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약 1조원의 거래대금을 투입해 투자 파트너로 낙점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소수지분 인수 사례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더욱이 미얀마는 작년 8월 회사법을 개정해 외국인투자지분 한도를 35%까지 늘려 규제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해외 로컬은행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최적의 진출 솔루션 마련이 효율적인 해외시장 공략이라는데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BIDV는 한국으로 따지면 산업은행과 사업영역이 비슷하다. BIDV의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기업 영업용 자산으로 이뤄져 있는 만큼 기업금융 강화가 절실했던 하나은행의 니즈와 부합했다. BIDV 입장에서도 하나은행의 선진 금융기법을 배워 경쟁력을 갖추길 희망했다. 양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하나은행은 한국계 기업이 철수하면 문을 닫는 해외 진출사례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현지 로컬 파트너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큰 방향성을 잡고 있다. 공교롭게도 BIDV는 미얀마 중앙은행의 2차 인허가 심사를 통과해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다. 향후 은행업 지점 진출이 성사될 경우 협업 가능성이 높게 대두되는 대목이다.

하나은행의 글로벌 매출 중에서 신남방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1%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에 허덕이는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신남방 국가는 그 중요성이 상당하다"며 "신남방 중에서도 미얀마는 마지막 격전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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