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생명 주식 일부 매도…4년만에 처음 업황 부진·실적 악화 고려한 듯…투자목적 '일반' 변경, 적극적 주권행사 예고
김장환 기자공개 2020-02-24 11:33:0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4년 넘는 기간 동안 팔지 않았던 삼성생명 지분을 최근 일부 매도했다. 동시에 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 눈길을 끈다.보험사 업황 흐름을 볼 때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주식 매도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분은 줄이면서도 삼성생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권한은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도에서 일련의 변화를 준 양상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 삼성생명 주식 40만1254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당일 종가(6만9500원)를 기준으로 보면 이날 국민연금이 매각한 주식 가치는 총 279억원 가량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국민연금 보유 삼성생명 지분율은 6.1%에서 5.9%까지 줄었다.
국민연금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도한 건 2016년 10월 '5% 룰(보유 지분 5% 이상 공시)'에 따라 주요 주주 공시를 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2017년 7월 삼성생명 주식 220만8198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 6%를 넘어선 뒤 장기간 '보유' 기조만 유지해왔다. 이번 지분 매각 물량이 엄청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갑작스럽게 이를 단행할 만한 확실한 판단 근거가 최근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매도한 건 최근 보험업황 약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보업체들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손해율 악화로 좀처럼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앞다퉈 실현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보험사에서 신계약 감소 추세가 눈에 띄게 이어지고 있다.
수년 동안 업계 1위를 꾸준히 달리고 있는 삼성생명도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순이익은 9770억원으로 2018년 1조6640억원 대비 41.3% 급감했다. 2018년 순이익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돼 그 규모가 크긴 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순이익 감소 규모는 상당히 컸다는 평이다.
저성장 기조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주가 하락세도 확연하다. 2018년 한 때 장중에서 주당 13만8500원을 찍었던 삼성생명 주가는 최근 6만원 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새 낙폭이 상당했다. 지난해 말 장중에서 7만6800원까지 거래됐던 주식이 이날 한 때 6만5600원선까지 떨어졌다. 하루 전인 18일 실적발표에서 확실한 숫자로 부진이 확인된 여파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 역시 이를 고려한 것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삼성생명 지분을 줄이면서도 의결권 강화를 위한 변화까지 줬다. 지분 매도와 동시에 투자 목적을 '단순'에서 '일반'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목적이 갖는 의미 차이는 상당히 크다.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정관변경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반대 경우엔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행사지침)' 제도를 도입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가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투자자였던 국민연금 책임론까지 번진 여파였다. 당국은 민간 중심의 의견 수렴을 거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고, 국내 기관투자자 다수가 이를 적극 수용했다. 국민연금도 그 중 한 곳이다.
이후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 기능을 원활하게 발휘하기 위해 단행했던 게 바로 주요 투자사들의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에서 일반으로 변경한 것이다. 삼성생명에서도 뒤늦게 나마 이를 실현한 셈이다. 시기를 놓고 보면 오는 3월 있을 주주총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담아 이 같은 변화를 줬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삼성생명 주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전력이 있지만 그 횟수가 많지는 않다. 2018년 3월 주총에 오른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을 '경영성과 대비 과다 한도'란 이유로 반대했다. 반면 이듬해 주총에서는 반대표를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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