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고민 많았다"는 김신배, 주주연합 합류 속내는포스코 의장 임기 1년, 다음달 만료…"사실상 실권자로서 역할 끝"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20 17:47:1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안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잘했다고 박수친 분이 있는 반면, 이미지가 있는데 왜 이런데 나서려고 하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솔직히 있었다.”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적잖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 그의 복심은 무엇일까.
현재 김 전 부회장은 주주연합의 추천 리스트에 오른 후보 중 가장 거물급으로 꼽히며 사실상 '대표선수'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KCGI가 주주연합을 대표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이사 후보 중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KCGI는 20일 오전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방향 그리고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다음 달 한진칼 주주총회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와 입장을 밝힌 자리였다. 이 행사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등 나머지 주주연합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김 전 부회장은 유독 눈에 띄었다. 강 대표와 함께 입장해 텅빈 '관계자석'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사퇴한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를 제외한 7명의 이사 후보단 중 유일하게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것도 단순 참석이 아닌 직접 무대에 올랐다.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이 주주연합의 제안을 수용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30분 가까이 설명을 했다.
그동안 김 전 부회장은 주주연합의 제안 이사 중 가장 내세울 만한 인물로 꼽혀 왔다. 재계 순위 2위를 노리는 SK그룹에서 부회장을 맡았던 데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도 역임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은 김 전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강 대표는 물론 권홍사 회장까지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권 회장은 김 전 부회장의 손을 잡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며 "당신 같은 사람이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주연합은 김 전 부회장에 대해 "SK그룹 부회장과 SK C&C 대표이사, SK텔레콤 대표이사를 역임한 능력과 경륜을 모두 갖춘 전문경영인"이라며 "재직 당시 SK텔레콤을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우량기업으로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실제 주주연합이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면 김 전 부회장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날 김 전 부회장은 무대에 올라 직접 자신의 이력을 소개했다. 지난해 3월부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약력이 가장 상단에 배치돼 있었다. SK그룹 부회장은 그 다음이었다. 현재 포스코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가장 최근의 이력이기도 했지만 의장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김 전 부회장은 현직 포스코 이사회 의장으로서 한진칼 이사회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는 “해외 사례를 많이 보면 알겠지만 겸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직 임기가 2년 남았다"고 답했다. 겸직을 검토하겠다는 의미였다.
특히 김 전 부회장은 겸직시 한진칼 경영에 집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겸직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포스코 이사회가 경쟁력 있는 경영인들로 채워져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재계에서는 김 전 부회장이 주주연합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가 포스코 이사회 의장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임기가 조만간 끝난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 이사회는 통상적으로 구성원들이 1년씩 번갈아가며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임기가 시작된 김 전 부회장은 다음달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실권자로서의 역할이 끝나는 김 전 부회장으로서는 주주연합의 새로운 제안이 솔깃했을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의 포스코 사외이사 임기는 2022년 3월까지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의장은 다음달 임기가 끝난다"며 "주주연합 추천 후보 중 사실상 1번을 받았으니 스스로 자기 살길을 찾아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부회장이 포스코 사외이사와 한진칼 사내이사를 동시에 수행하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는 다른 회사 2개 이상의 이사·집행임원·감사를 겸직할 수 없다. 포스코(철강업)와 한진칼(항공업)은 주력 사업도 달라 동종업계 겸직 논란과도 무관하다.
이날 김 전 부회장은 합류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대한민국 경영인의 자부심을 갖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진그룹의 이미지와 기업가치가 이렇게 심각하게 훼손됐을 줄은 몰랐다”며 "국적 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할 때 한 번 해보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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