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방 제대로 얻어맞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다. 제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계획을 세워도 ‘실전’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자신감 섞인 경고이기도 하다.
비상장 바이오업체 입장에서 ‘실전’은 IPO다. 언제나 그렇듯 증권신고서에 명기된 향후 순익 플랜은 '그럴싸'하다. R&D 계획만 보면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공모가는 당초 목표치를 밑돌기 일쑤다. 상장 이후에도 몸값은 지지부진하다. 임상 3상업체들의 실패로 점철된 지난해 하반기가 유독 그랬다.
그렇다면 장외 주식시장은 어떨까. 유통시장 침체의 파급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 일부가 숫자를 조정하기도 했지만 밸류에이션 하락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조단위 몸값에 펀딩을 시도하는 곳들도 있다. 해당 업체들은 기사 제목만 봐도 위화감이 넘친다. 시장에서는 이들을 ‘유니콘(unicorn)’이라고 부른다.
투자업계에서 '뿔 달린 말'이 주는 매력은 상당하다. 아직 코스닥 입성도 전인데 1조원 넘는 가치를 인정받는 것인 만큼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원래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유망 IT기업을 지칭하는 단어지만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여과없이 쓰이고 있다. 정부 도 유니콘기업 활성화 정책에 적극적이다.
물론 여기서 언급된 숫자는 어디까지 ‘투자가치’다. 벤처캐피탈(VC) 등 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했을 때 책정되는 몸값일 뿐 실제 기업가치는 아니라는 뜻이다. 매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바이오업체일수록 투자가치와 기업가치의 괴리는 더욱 커진다. 검증되지 않은 파이프라인 몇 개가 전부인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가치가 조단위로 둔갑하는 이유다.
투자가치와 실제 기업가치를 구분해야 하지만 기사에서는 혼용되기 일쑤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결국 투자자들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바이오 전문가들도 '호구'가 되는 건 한 순간이다. 1조원 가치로 투자를 집행했을 때 그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손실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논리를 망각하기 십상이다. 바이오기업의 자금 조달에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이 한몫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IPO를 준비 중인 바이오 업체가 조단위 가치를 운운하면 일단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업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선 곤란하다. 정부에서 바이오 기업의 공시 규정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기는 역부족이다. 어쩌면 타이슨의 말이 가장 필요한 건 바이오업체가 아닌 투자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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