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투하는 반도체 중견기업]'신사업 승부수' 최창호 회장 플랜 통할까⑦하나마이크론, 특수가스 사업 정리 후 실리콘카바이드 사업 추진
조영갑 기자공개 2020-02-28 08:11:03
[편집자주]
올해 반도체 업황의 전망은 밝다.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소재 국산화 수혜주의 선전, 5G시대 본격 개막, 설비확장 투자 등 우호적인 시그널이 잇따라 커진 탓이다. 다만 중국 반도체 업체의 굴기와 가격경쟁의 심화,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등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더벨은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서 사업환경의 변화상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중견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및 소재부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나마이크론이 특수가스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신규사업인 CVD SiC(실리콘카바이드) 사업에 나선다.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사진)이 2014년 이노메이트를 인수하며 반도체 패키징부터 부품소재, 가스사업까지 반도체 후방산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려 했던 구상이 틀어지자 새롭게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신소재로 분류되는 실리콘카바이드 사업에서 하나마이크론이 어떤 실적을 거둘지 주목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은 자회사 하나머티리얼즈의 특수가스부문 사업장을 한솔케미칼의 신설 자회사 '솔머티리얼즈'에 양도한다. 양도금액은 143억원 규모다. 이는 특수가스 사업부문에서 손을 떼기 위한 것이다.
하나마이크론은 2014년 특수가스 사업을 영위하던 이노메이트의 지분 79.8%를 확보하면서 자회사 하나머티리얼즈를 통해 특수가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이노메이트 지분율 36%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장부상 지분가치는 62억원 가량이다.
하나머티리얼즈는 2015년 이노메이트의 특수가스 및 일반산업가스 제조와 판매, 엔지니어링 등의 부대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최 회장은 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사업과 실리콘 파츠 제조, 일반 및 특수가스 사업을 엮는 '그랜드 플랜'을 구상했다. 패키징 사업은 하나마이크론이, 실리콘 파츠 제조와 특수가스 사업은 하나머티리얼즈가 각각 전담하는 그림이다. 하나머티리얼즈가 건식에칭(플라즈마에칭) 부품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던 만큼 특수가스를 자체생산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특수가스 시장이 과점체제를 형성하면서 최 회장의 그림은 어긋났다. 좀처럼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순도 특수가스 사업은 기술 개발이 어렵고, 시간이 장기간 소요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생산설비 구축에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며 "SK머티리얼즈, 원익머티리얼즈, 후성의 과점체제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사업매각으로 큰 손실을 보지 않았다는 점을 다행으로 보고 있다. 이노메이트의 사업을 양수한 후 특수가스 사업부문 실적이 손익분기점 구간 수준이었기 때문에 지분 인수와 후속투자 등을 감안하면 20억원 가량의 이익을 냈다.
특수가스 사업부문을 정리한 최 회장의 구상은 실리콘카바이드로 모아진다. 실리콘카바이드는 반도체 재료 중에서 비교적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재료다. 기존 재료인 실리콘(Si)에 탄소(C)가 더해져 600~수천V의 고내압을 견딜 수 있고 저항을 300분의 1로 저감할 수 있다. 식각에 쓰이는 고에너지 플라즈마를 견딜 수 있는 신재료다.
하나마이크론은 이 식각 공정에 들어가는 SiC 링(Ring)을 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2019년 총 440억원의 설비투자를 했다. 또 매년 연구개발비를 증액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반도체 스텝(적층)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식각과정에서 고주파 플라즈마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깊은 컨택트가 필요한 공정에서 SiC 링의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의미한 매출액은 아직 발생하진 않는다. 하나머티리얼즈 공시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 중에서 기존 주력제품인 Electrode, Ring, Tube, Disk, Ingot 등 실리콘(Si) 제품 비중은 90.4%에 달한다. 나머지 10% 가량이 기타제품으로 분류된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특수가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 거래처 다변화가 필요한 만큼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솔케미칼의 이해관계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특수가스부문 사업장을) 매각했다"며 "신사업 부문인 실리콘카바이드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우리가 잘하던 분야(실리콘 파츠)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포스코그룹 CEO 성과평가]보릿고개 넘는 계열사들, 관건은 '비재무적 성과'
- [SK그룹 인사 풍향계]'그림자 참모' 있는 곳엔 굵직한 변화…다음 행보는
- [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브라질 여파' 포스코이앤씨, 포트폴리오 전환 '타개책'
- '유임'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 신사업 성장세 복구 '관건'
- LG이노텍 인사, 주력 광학솔루션사업 힘싣기 '선명'
- 네이버 크림, 인도네시아 추가 투자 '글로벌 확장 가속'
- LGD 인사 키워드 '안정', 다음 기약한 정철동 사장
- '하이닉스 아픈 손가락' SK키파운드리, 가동률 70%↑
- LGU+, 1970년생 부사장 탄생 'AX강화 주목'
- LGU+, 새 사령탑에 홍범식 'AI 조직 확장 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