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울렁증이 금융투자업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투기 근절에 집중하던 규제의 방향이 IB 핵심 투자 영역인 부동산 PF 시장을 조준하고 있다.과도한 익스포저를 줄여 증권업계 건전성을 관리한다는 게 명목상 목적이지만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사실상의 PF 총량 규제라 부동산 금융의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부동산 PF 사업은 IB업계 수익 창출의 버팀목이었다. IB 부문 전체적으로 볼 때 최소한의 실적을 보장하며, 다른 사업영역에서 수익보다는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버퍼 역할을 했다. 해외 투자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할 수 있는 심리적 토대였고, DCM·ECM과 같은 전통 영역에서 저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기도 했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PF 익스포저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양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시장 개입은 부작용으로 귀결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증권업계는 과거 부실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며 진일보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왔다. 총량은 늘었지만 연체 등 부실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선순위 위주의 딜을 집행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보수적인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부동산 PF 확대의 위험성을 꾸준히 알리면서도, 증권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는 단서를 내린 적이 없었다. 다소 복잡한 구조의 부동산 금융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단순히 총량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정부 규제는 금융시스템 안정과 같은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이다 해도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섣부른 규제가 낳을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위험을 사고파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총량을 줄이면서 수익을 확보할 묘수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그동안 추구한 중위험 중수익의 영업방식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돌리는 수밖에 없다. 이미 이 같은 전략적 선택을 하는 증권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안전성을 갖춘 자산을 정리하고 고수익을 보장할 사업 위주로 여신 구조를 재편하는 증권사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의 대체 수익처로 부각한 해외 인프라 투자 역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 실사가 쉽지 않고 사후관리에도 애로 사항이 수두룩하다. 문제가 생겨도 정확한 사태 파악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라임사태 등 최근 금융사고의 대부분은 해외 자산의 부실에서 발생했다.
안정성 추구보다 모험자본의 성격이 강한 금융투자업계의 생리를 감안할 때 이번 부동산 PF 총량 규제는 아쉬움이 많다. 정책 목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나올 만큼 성급한 면이 있다.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허점 투성이다.
규제는 정확한 시장 파악을 기반으로, 적절한 시기에, 정연한 논리를 드러낼 때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규제는 적합성도 적시성도 개연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IB들이 결국 증권업계 건전성 확보라는 정책 목표와 정확히 반대되는 전략적 선택지로 모여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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