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현대일렉트릭, 'A-' 유지 가능할까 [Earning & Credit]작년 순손실 2643억…적자 지속되면 등급하향 가능성
강철 기자공개 2020-03-11 15:12:1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 계열 전기·전자 전문 기업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하 현대일렉트릭)이 지난해 264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속되는 저가 수주, 유·무형자산 손상차손, 반덤핑 관세 충당금 설정 등이 대규모 적자를 유발했다.실적 악화는 현대일렉트릭의 향후 신용등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사업의 수익성 저하 지속, 반덤핑 소송 관련 우발채무 반영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발행할 시 지난 2년간 유지한 A- 등급을 반납할 수도 있다.
◇ 저가 수주로 순손실 2643억…자구 노력으로 만회
현대일렉트릭은 2019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조7711억원, 영업손실 1567억원, 순손실 2643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대비 매출액은 1700억원가량 줄었고 영업손익과 순손익은 적자 규모가 500억~1000억원 가량 불어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주요 고객사의 발주 감소가 영업손익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급격하게 줄어든 신규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동종업체들과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수주 감소로 효용이 떨어진 유·무형자산에서 발생한 669억원의 평가손실은 적자 규모를 더 불어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변압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잡은 648억원의 충당금도 적자폭을 키웠다.
현대일렉트릭은 부진한 영업 실적을 전사적인 자구 노력으로 만회했다.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1073억원) △용인 연구소 부지 처분(597억원) △선박제어 사업 매각(196억원) 등을 단행해 약 2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지난 1월에는 불가리아법인 지분 99%의 매각도 완료했다.
그 결과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경영 활동이 가능한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잉여 자금 중 일부는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말 기준 9067억원이던 총차입금이 지난해 말 7727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39%에서 34.2%로 낮아졌다.
◇ 2년 가까이 'A-' 유지…적자 이어지면 등급 반납 불가피
현대일렉트릭은 현대중공업그룹이 2017년 4월 단행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별도의 법인으로 분사한 전기·전자 전문 기업이다.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 등과 그룹 지배구조의 중추를 구성한다.
분사 후 1년이 지난 2018년 9월 2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하며 처음으로 신용등급을 받았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공신력과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A-'를 매겼다. A- 등급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2년 연속으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은 언제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변수다. 올해도 자구 노력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2년 가까이 유지한 A- 등급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신용 평가사들은 지난해 6월 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일렉트릭이 지금의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저하, 반덤핑 소송 관련 우발채무 등의 상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신설공장 부지 매각, 인력 감축 등 진행 중인 자구 노력도 원활하게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1000억원으로 책정한 연간 설비 투자 계획이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하게 살펴야할 대상이다.
그간 부진했던 전기·전자 공사 프로젝트의 발주량은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을 축으로 하는 선박 관련 수주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업황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현대일렉트릭이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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