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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 신용도, 허니버터칩 신화 전으로 회귀하나 [Earnings & Credit]외형 축소에 영업익 급감…커버리지지표 악화, 등급 하향 압박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09 13:46:4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태제과식품(유효 신용등급 A0)의 신용도가 '허니버터칩 신화'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메가 히트를 발판으로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해 신용등급까지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포스트 허니버터칩'의 빈자리가 크다. 제과 사업의 펀더멘털은 다시 옛 신용등급(A-) 수준으로 약화되고 있다.

◇실적 위축 추세, 매출·영업익 동반 감소…'허니버터칩 효과' 끝

해태제과식품은 지난해 매출액(6900억원)과 영업이익(145억원)이 모두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4.8% 줄었고 영업이익은 36.8%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마이너스 24억원)로 전환했다.

매출 볼륨이 7000억원 대를 밑돈 건 지난 2014년(6900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5년(7983억원) 기록적 성장세를 달성한 뒤 연간 매출액이 8000억원 수준을 유지해 왔다. 당시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제과 산업에서 매출 성장률 16%라는 이례적 성과를 냈다. 물론 허니버터칩 덕분이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허니버터칩은 2015년 매출액만 5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허니버터칩 전설의 이전 수준으로 매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년 래 최저치인 2.1%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가 비슷했던 2014년 3.6%를 밑돈다. 원가 상승 등 복합적 원인이 있겠지만 고정비 부담이 한몫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히트 상품의 품귀 현상에 맞춰 증설을 단행하면서 과거보다 고정비 압박이 한층 커졌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과자 부문(홈런볼, 오예스 등)과 아이스크림 부문(부라보콘, 바밤바 등), 식품사업 부문(고향만두 등)으로 나뉜다. 그나마 과자 부문이 전체 실적을 지탱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냉동식품은 좀처럼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과 시장은 과자 4개사(해태제과식품,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오리온)와 아이스크림 4개사(해태제과식품,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푸드)가 과점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과점적 지위의 이점은 사실상 없다. 제과 제조사의 경쟁이 치열한 건 물론 오히려 대형마트 등 거대 유통채널의 바잉파워(Buying Power)에 짓눌리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단가 추락에 가격정찰제가 시행될 정도다.

◇수익창출력 저하, 커버리지지표 적색등…한기평, 선제적 신용등급 하향

해태제과식품의 부채상환능력이 후퇴한 건 무엇보다 사업 펀더멘털이 위축된 탓이다.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거나 레버리지를 활용한 인수합병(M&A)에 발목을 잡힌 경우가 아니다.

커버리지지표(순차입금/EBITDA)가 신용등급 하향을 부추길 정도로 악화됐지만 순차입금 규모는 2500억~3500억원 사이에서 관리되고 있다. 빚부담을 단번에 늘리는 이벤트가 발생했기보다 현금 창출력의 저하로 커버리지지표에 적색등이 켜졌다.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에비타(EBITDA)는 4.4배로 집계됐다. 연간 지표는 5배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 3.5배'를 'A0' 등급의 마지노선으로 여겨 이미 지난해 중순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내렸다. 그 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A0(부정적)' 평정을 내놓으면서 현재 유효 신용등급은 'A0'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신평사의 등급하향 트리거(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 EBITDA/매출액 9% 미만 등)도 하나둘씩 충족되고 있어 향후 등급 스플릿이 'A-'로 수렴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장 증설 등 비경상적 투자를 늘린 해가 아니면 잉여현금흐름(FCF)은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유통 업종의 특성상 운전자본의 부담이 낮은 덕분이다. 그럼에도 FCF 규모(지난해 1~3분기 140억원)가 차입 규모를 단계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배당금 지급도 부담이다. 당분간 저하된 신용도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이스크림 부문, 물적분할 타개책…투자유치·지분매각 등 궁리

다만 해태제과식품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개편이 변수로 여겨진다.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아이스크림 부문을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을 의결한 후 다양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측은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유치, 전략적 제휴,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부문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공시다.

만일 분할 신설 회사를 매각하거나 투자 유치(유상증자 방식), 지분 매각 등에 성공할 경우 등급 하향 압박에서 한숨을 돌릴 여지가 있다. 규모에 따라 효과가 다르겠지만 순차입금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이벤트다.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신용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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