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빙과부문' 물적분할 선택 배경은 히트상품 없는 '제과'·점유율 하락 '식품', 경쟁력 떨어져…빨라쪼 시너지효과 고려
박상희 기자공개 2019-10-18 09:15:51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7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태제과식품(이하 해태제과)이 아이스크림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이외에도 제과와 식품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허니버터 칩' 이후 별다른 히트제품이 없는 제과와 '고향만두' 점유율 하락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식품사업부와 달리 10% 후반대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고 있는 아이스크림사업부가 자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해태제과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해태아이스크림 주식회사(가칭)'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분할기일은 2020년 1월 1일이다. 다음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분할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해태제과는 사업부문을 과자부문, 아이스크림부문, 식품사업부문, 수출부문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스크림부문을 떼어내 물적 분할키로 했다. 영위하는 사업 가운데 따로 떼어낼 경우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문이 빙과라고 본 것이다.
제과부문은 2014년 말 출시한 '허니버터 시리즈'가 대박을 쳤지만 이후 다른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2016년 정점을 찍은 이후 판매량이 감소했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신제품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유통교섭력 저하에 따른 수수료 확대 등으로 제과부문 이익창출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다.
닐슨코리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스낵과자 시장에서 해태제과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22%다. 농심(25.57%), 오리온(21.31%), 롯데제과(12.79%)는 물론 계열사인 크라운(12.10%)에도 밀리고 있다. 반생초코케이크 시장 점유율도 오리온(41.08%), 롯데제과(32.03%) 등에 한참 못 미친다.
식품부문도 주력인 만두제품의 점유율 하락으로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이 저하된 상태다. 지난해 광주공장 만두라인 신규 증설에 나섰지만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고향만두' 브랜드로 한때 만두시장 강자였던 해태제과는 CJ제일제당에서 '비비고 만두'를 출시한 이후 점유율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2위를 유지하던 점유율도 풀무원식품에서 출시한 '얇은피꽉찬속 만두(얄피만두)'가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3위로 밀려났다.
반면 아이스크림부문은 제과나 식품부문 대비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3년 18.9%에 달했던 해태제과 점유율은 2014년 14.4%로 하락했다. 이후 2016년 15.5%, 지난해 기준 16.76%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제과(29.33%), 빙그레(27.09%) 등에 이은 3위다.
해태제과 아이스크림부문은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가격정찰제 및 저수익 제품 단산 등 경영효율화를 통해 연간 순매출 기준 약 2000억원대 규모의 꾸준한 경영실적을 내왔다.
분할된 아이스크림 자회사는 해태의 또 따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자회사인 이탈리아 3대 젤라또 브랜드 '빨라쪼(PALLZZO)'와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 신 유통망 구축 등 빨라쪼와 시너지 창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해태제과는 이번 분할로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영 효율화에 더해 궁극적으로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해태제과 순차입금 규모는 6월말 기준 303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2844억원에서 더 증가한 것으로,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외부 자금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해태제과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외부 투자유치, 전략적 사업제휴,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해태제과가 영위하는 사업 가운데 아이스크림부문이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각에선 아이스크림부문 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부 자금 유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완전 매각으로 선회하더라도 빙과부문이 투자 매물로서 가장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과부문은 허니버터칩 이후 흥행제품이 없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크라운제과와 영업망을 공유하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물적분할 및 외부자금 유치 시도는 그나마 경쟁력 있는 아이스크림사업부문을 활용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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