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공학도서 투자가로…유니슨캐피탈 곽승웅 파트너 [매니저 프로파일]MBA후 베인앤컴퍼니 거쳐 PE서 인생 2막 활짝
최익환 기자공개 2020-03-09 11:17:2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은 국내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바이아웃(Buy-out)을 주된 투자전략으로 삼아왔다. 그 동안 소비재와 식음료가 주된 투자 테마였지만 최근에는 대어급 매물인 치과용 3D장비업체 메디트를 손에 넣으며 다채로워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한국에서 유니슨캐피탈이 첫 출발을 한 것은 지난 2012년. 당시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의 파트너였던 김수민 대표는 평소 아끼던 회사 후배에게 함께 유니슨캐피탈에 합류하자는 제의를 하게 된다. 저녁자리에서 제안을 바로 수락한 후배는 곧장 유니슨캐피탈의 새 둥지를 마련하기 위해 사무실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로 곽승웅 파트너(사진) 이야기다.
지난 2018년 1월 신선화 파트너와 함께 승진 발령된 곽승웅 파트너는 그동안 △공차코리아·로얄티타이완 △아펠가모·유모멘트 △메디트 △사뿐 등 유니슨캐피탈의 주요 포트폴리오 투자와 회수작업 전반을 담당해왔다. 잘 나가던 기계공학도에서 투자 전문가가 된 곽승웅 파트너는 PEF 운용의 본질이 포트폴리오 기업과 주주들의 문제해결이라고 말한다.
◇성장스토리 : SCI급 저널 오른 기계공학도…재무제표 몰라 밤샘 공부도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난 곽승웅 파트너는 어릴 적부터 과학자를 꿈꿨다.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실제 과학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소년이었다는 게 곽승웅 파트너의 회상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기계공학이라는 전공을 희망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1년 일찍 입학한 곽승웅 파트너는 1995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하게 된다. 병역도 미룬 채 학업을 이어간 곽승웅 파트너는 졸업할 때는 수석으로 학부를 끝마쳤다. 석사 과정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뒤로는 공학도로서 성취도 이뤄냈다. 졸업과 함께 발표한 논문이 저명학술지에 오른 것이다.
곽승웅 파트너가 제1저자로 나선 논문 ‘Numerical Optimization on the Euclidean Group With Applications to Camera Calibration’이 지난 2003년 등재된 ‘IEEE TRANSACTIONS ON ROBOTICS AND AUTOMATION’은 로봇공학 분야의 SCI급 학술지 중 하나다.
다른 연구자들이 평생에 거쳐 오르려 노력하는 SCI급 논문을 석사과정에 만들어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다. 마침 친한 학과 후배가 곽승웅 파트너에게 경영컨설팅 업체들의 취업설명회에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얼떨결에 맥킨지와 BCG, 그리고 베인앤컴퍼니 등 쟁쟁한 곳에 원서를 넣었고, 베인앤컴퍼니를 포함한 두 곳으로부터 제의를 받게 되었다. 지도 교수님은 공학도의 길을 포기한 아쉬움 속에서도 곽승웅 파트너의 베인앤컴퍼니 행을 지지해주었다. 2001년 베인앤컴퍼니 입사는 그에게 인생 첫 번째 도전이었다.
처음 곽승웅 파트너가 베인앤컴퍼니에서 마주한 업무는 대기업의 사업부별 손익분석 프로젝트였다. 난생 처음 재무제표를 받아든 곽승웅 파트너는 새벽 3시가 넘어 퇴근하는 날이 잦았다. 곽 파트너는 이후 1년간 주말도 반납한 채 공부하고 질문하기를 반복하며 혼자서 일을 해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성취감도 잠시. 곽승웅 파트너는 이듬해 카투사(KATUSA)로 군에 입대했다. 커리어에 공백이 생겼지만 영어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2004년 베인앤컴퍼니에 복직한 뒤엔 국내 대기업들이 요청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더욱 체계적으로 경영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학길에 올랐다.
곽승웅 파트너가 MBA 취득을 위해 진학한 곳은 와튼스쿨(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이었다. 곽승웅 파트너가 MBA 과정 중 골드만삭스 하계 인턴십을 수행하던 당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2000선을 돌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마침 에쿼티 리서치(Equity Research) 업무를 수행하던 곽승웅 파트너는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 집중된 글로벌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후 골드만삭스에선 이직을 제안했지만 실용적인 컨설팅 업무가 좋았던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베인앤컴퍼니에 복직했다.
복직 후 곽승웅 파트너는 소비재·유통분야와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전문분야로 베인앤컴퍼니에서 업무를 이어갔지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여전했다. 그러던 중 김수민 대표의 권유로 베인앤컴퍼니를 나와 유니슨캐피탈에 합류했다. 사무실을 구하는 일부터 실무진을 뽑는 일까지 곽승웅 파트너는 김수민 대표와 함께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두 번째 도전이었다.
이후 6년간 곽승웅 파트너는 유니슨캐피탈의 이사로 실무진을 이끌며 △공차코리아·로얄티타이완 △아펠가모·유모멘트 △메디트 △사뿐 등 유니슨캐피탈의 주요 포트폴리오의 투자와 회수작업 전반을 담당했다. 파트너 승진은 지난 2018년 1월이었다.
◇투자철학 : 포트폴리오 기업의 문제 해결사 자처…“숫자만큼 사람도 중요”
곽승웅 파트너는 실제 포트폴리오 기업들과 창업자 등 주주들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PEF가 해야할 일이라고 믿는다. 이는 공학도로서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베인앤컴퍼니에 가는 곽승웅 파트너를 지지해준 지도교수님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는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지도교수님께 전했을 때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결국 공학과 컨설팅의 본질이 문제해결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이었다”며 “실제 베인앤컴퍼니와 유니슨캐피탈에서도 기계공학을 통해 배운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다만 기계공학 석사과정과 컨설팅 펌을 거치며 문제해결 방식은 숫자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다. 결국 회사의 경영도 사람이 하는 만큼 숫자보다는 투자대상 기업의 사람들부터 이해하는 작업을 선행해야한다는 게 곽승웅 파트너의 지론이다.
곽승웅 파트너는 “공학도 시절에는 숫자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면 컨설팅 펌에서는 이에 비즈니스적 관점을 더해 고객에게 수치로 증명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며 “유니슨캐피탈에 합류한 이후로는 숫자와 비즈니스적 관점 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유니슨캐피탈이 포트폴리오 기업 인수 직후 운영하는 자체적인 가치제고 프로그램인 VCP(Value Creation Plan) 역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오퍼레이팅 파트너들이 포트폴리오 기업을 도우며, 임직원들과 직접적인 스킨십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가 끝나고 이들 오퍼레이팅 파트너들이 유니슨캐피탈의 소속으로 남는 것 역시 ‘휴먼 팩터’(Human Factor)를 중시하는 유니슨캐피탈의 성향이 반영되어있다는 분석이다.
◇트랙레코드 1 : 본사 인수후 성공적 엑시트…공차로 '대박'
곽승웅 파트너가 유니슨캐피탈 소속으로 처음 참여했던 거래는 2014년 공차코리아의 인수였다. 당시 유니슨캐피탈은 공차코리아 지분 70%를 360억원에 매입하며 본격적인 밸류업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곽승웅 파트너는 인수 작업 전반에 참여한 데에 이어, 국내 시장에 대한 영업실사(Commercial Due Diligence)를 도맡았다.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와 유통분야를 전담한 경험이 빛을 발했다.
이후 유니슨캐피탈은 공차의 대만 본사인 로얄티타이완(RTT)으로부터 일본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2017년에는 RTT의 경영권 지분 69.3%를 확보했다. 국내 시장으로만 사업 영역을 국한시키지 않고, 아시아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기 위한 과감한 볼트온(Bolt-on)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공차코리아의 투자 성공 배경이 대만 본사 RTT를 붙인 과감한 볼트온이라면, RTT 인수의 중심에는 카오슝과 서울을 수없이 오고 간 곽승웅 파트너의 노력이 있었다. 베인앤컴퍼니 시절 상하이에 1년간 체류하며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던 곽승웅 파트너는 RTT의 주주와 경영진을 이해하기 수월했다고 말한다. 중화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던 탓에 신뢰관계를 쌓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만 본사 RTT를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은 지난 2018년 공차코리아의 연결매출 1168억원, EBITDA 320억원을 달성하며 기업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미국 PEF 운용사 TA어쏘시에이츠와의 단독협상 끝에, 투자원금의 6배에 달하는 2900억원 가량의 금액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PEF의 F&B(식음료) 포트폴리오로서는 독보적인 투자성과로 기록됐다.
◇트랙레코드 2 : 여성구두쇼핑몰 사뿐, 동남아 시장 확대 노린다
최근 곽승웅 파트너는 지난해 투자를 마무리한 여성용 구두쇼핑몰 사뿐(SAPPUN)의 밸류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니슨캐피탈은 사뿐과 관계사 에프엔에스리테일·플라이데이의 지분 70%를 SPC 스틸레토힐을 설립해 400억원에 사들였다. 박정수 대표 등 창업주들은 사뿐의 해외진출을 함께할 재무적투자자(FI)를 파트너로 영입하기 위해 유니슨캐피탈을 선택했다.
곽승웅 파트너는 사뿐의 인수작업에도 관여했다. 특히 기존 주주들이 회사의 해외진출을 강력하게 원해온 만큼, 컨설팅 펌 시절부터 해외진출 업무를 맡아온 곽승웅 파트너가 인수와 밸류업 작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곽승웅 파트너는 소득수준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여성용 구두쇼핑몰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사뿐은 지난해 5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국내 1위의 여성용 구두 쇼핑몰로 자체적인 생산 및 유통능력을 갖췄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온 사뿐의 해외진출 역시 유니슨캐피탈이 보유한 아시아 네트워크가 도움을 줄 예정이다.
◇업계 평가 : 전략적 사고·일에 대한 열정…“선공후사 돋보여”
곽승웅 파트너에 대한 업계 전반의 평가는 ‘브레인’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특히 유니슨캐피탈 내부에서는 경영진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곽승웅 파트너의 전략적 사고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을 재미있어하는 열정 역시 높게 평가받는다.
유니슨캐피탈 김형일 이사는 “곽승웅 파트너의 경우 경영진과 국내외 파트너들도 인정한 브레인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주말에는 항상 새벽부터 밤까지 나와서 자료를 준비하는 등 배울 점이 많은 선배”라고 말했다.
본인을 드러내기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성향 역시 유니슨캐피탈의 철학과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스로를 외부에 드러내기 보다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전략수립과 투자자 유치 등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미팅 자리에서 만난 곽승웅 파트너는 상당히 겸손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파트너임에도 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유니슨캐피탈을 대화의 주어로 말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유니슨캐피탈 신선화 파트너 역시 “곽승웅 파트너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라며 “함께 일해온 파트너로서 든든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피투피시스템즈 엑시트·메디트 밸류업에 박차
지난 2018년 유니슨캐피탈의 파트너로 승진 발령된 곽승웅 파트너는 이전보다 더 큰 책임을 부여 받았다. 그동안 투자작업을 진행해온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리는 물론 새로운 투자처를 직접 발굴하는 일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실제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던 3월 초에도 곽승웅 파트너는 마스크를 쓴 채 미팅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해 유니슨캐피탈은 공차코리아 엑시트와 메디트·사뿐 두 건의 투자에 모두 성공했다. 다만 아직 1호 블라인드 펀드(약정총액 3074억원)에 담긴 피투피시스템즈와 에프앤디넷의 엑시트가 과제다. 특히 피투피시스템즈의 경우 지난 2016년 곽승웅 파트너가 투자에 깊이 관여한 만큼, 엑시트 작업 역시 곽승웅 파트너의 손을 거칠 전망이다.
메디트 인수작업에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관여한 곽승웅 파트너는 회사의 해외진출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인수한 메디트와 사뿐 모두 기존 최대주주가 회사의 글로벌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유니슨캐피탈을 파트너로 선정한 거래였다. 자연스레 컨설팅 펌 시절부터 해외진출 분야를 다뤄온 곽승웅 파트너의 역할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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