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위기라고 했지만 은행권에 드리운 그림자가 이토록 짙었던 적이 있었을까. 불완전판매가 자초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제어장치 없이 무작정 액셀만 밟아온 은행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위험단계가 계속 격상되는 코로나19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모양새다. 여러모로 국내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아졌다.이에 따라 낯선 타지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은행들이 제각각 다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1조원 안팎을 들여 캄보디아 프라삭과 베트남 BIDV를 인수했다. 두 은행의 글로벌 전략을 살펴보면 지향점은 같다. 국내보다 예대마진 폭이 3~4배를 웃도는 신남방 국가를 겨냥한 이유는 높은 총자산수익률(ROA)이다.
다만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엔 다른 글로벌 가치관과 철학이 담겼다. 국민은행은 경영권(70%), 하나은행은 소수지분(15%)을 각각 취득했다. 지분율은 인수 주체의 능동성을 결정한다. 다시 말해 국민은행은 모든 판단과 행위에 있어 독립적인 결정이 가능한 반면 현지 파트너사가 있는 하나은행은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얀마 은행업 지원부문을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은행은 완전한 독립성을 갖춘 법인을, 하나은행은 국내 본사와 연결되는 지점을 각각 신청했다. 두 은행이 신중함을 거듭한 끝에 무게중심을 달리한 가치는 혹시 모를 리스크였다. 자율성을 갖는 국민은행은 비교적 의사결정 범위가 넓지만 투자관련 책임져야 할 부담도 그만큼 높아졌다.
하나은행은 자율성을 포기하고 안정성을 조금 더 바구니에 담는 전략을 택했다. 로컬은행 BIDV를 통한 연평균 기대 수익규모는 약 1000억원. 이밖에 지분가치 상승과 호치민·하노이 두 개 지점으론 할 수 없었던 달러대출 등 협업 가능한 사업을 기대했다. 두 은행이 해외사업에서 파생될지 모르는, 짊어져야 할 리스크엔 정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물론 위험부담도 없이 국민성과 문화가 상이한 먼 나라 이국땅에 대책 없이 진출하진 않았을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 끝에 내린 전략과 그에 따른 전술을 두고 무엇이 선도적인지 비교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두 은행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지점은 한 곳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현지 고객들과의 신뢰관계다.
전략은 다를지언정 열의를 갖고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같다. 두 은행의 상반된 전략은 추후 금융권 신남방 진출의 선례로 기억되고 회자될 수 있을까. 정공법을 택하고 직구를 던진 국민은행과 낙차 큰 변화구를 택한 하나은행이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보여줄 선진금융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단순 관전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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