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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본 강원랜드 아이러니 [thebell desk]

안영훈 산업3부장공개 2020-03-11 08:31:1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껏 이런 위기는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재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중인 강원랜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23일 휴장에 들어간 강원랜드는 9일이있던 휴장 마감일을 오는 16일로 연장했다. 전년 하루 매출을 기준으로 3주간 휴장에 따른 카지노 매출 손실 추정액은 809억원에 달한다.

항공사, 대형 유통사 등을 제쳐놓고 굳이 강원랜드의 피해를 언급한 이유는 그 특수성 때문이다.

1998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강원랜드는 20여년이 넘는 동안 많은 위기를 맞았다. 과거에는 각종 입찰 비리, 직원들의 횡령, 돈세탁 등 끊이지 않는 비리에 '비리백화점', '횡령랜드'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이후 자정노력을 거쳤지만 몇년 전 대규모 채용비리 사실이 불거졌다. 226명의 부정 합격자 전원이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채용 취소' 처분을 받으며 이미지는 날개없이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 한번도 매출감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정부의 '사행사업 매출총량' 기준을 매년 초과할 정도로 불 꺼질 틈 없이 돌아가는 매출호조가 문제였다.

게임 테이블 축소(180대→160대), 영업시간 단축(20시간→18시간), 출입일수 제한(한 달에 15일), 베팅 한도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적용해 매출을 억지로 끌어내려야 했을 정도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3주간의 휴장 손실도 게임 테이블을 몇대만 충원해도, 영업시간을 조금만 늘려도 복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손실 복구책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일 뿐이다. 강원랜드의 기형적 감독 체제 때문이다. 강원랜드의 관리감독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지만 카지노, 레저 등 핵심 인허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고 있다. 여기에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돼 기획재정부의 경영 감독까지 3개 부처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행사업 매출총량 규제책을 푸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상황이다.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휴장일이 더 늘어나 매출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해도 그 문제는 고스란히 강원랜드만의 문제다. "규제를 강화하기는 쉽지만 완화하기는 어렵다"며 정부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해 처음부터 선을 긋는 강원랜드 한 관계자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폐광지역 경제회생과 국내관광산업 활성화, 국가재정 기여 등 20여년전 강원랜드 설립 당시 온갖 순효과들을 내세웠던 정부가 여전히 '카지노=사행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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