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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글로벌 마당발' 김천수 상무, 해외투자 종횡무진②청와대 출신 '공적·민간' 두루 경험..."최고의 무기는 진정성"

서정은 기자공개 2020-03-19 08:01:27

[편집자주]

KB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단기간에 환골탈태한 하우스로 꼽힌다. 지난해 벤처펀드 운용자산(AUM) 1조원 고지를 밟았고 지금도 글로벌 영토 확장에 거침이 없다. 중상위권 하우스였던 KB인베스트먼트가 3년도 안된 기간에 선두권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KB인베스트먼트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려놓은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KB인베스트먼트는 다면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모험자본 투자를 해야하는 벤처캐피탈(VC)이면서 금융그룹 계열사로 때로는 공적인 책임도 요구받는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꾸는 KB금융그룹의 청사진도 실현해야한다.

김천수 글로벌투자그룹 상무(사진)는 이런 면에서 KB인베스트먼트에 가장 부합하는 존재다. 민간 기업부터 대통령실, VC까지 두루 거쳐온 덕에 다양한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세계 창업가들과 쌓은 네트워크까지 더해져 KB인베스트먼트를 글로벌 시장의 플레이어로 발돋움시키고 있다.

◇기업·청와대·학계 거쳐 30대 중반 VC 입문…"숫자 너머 의미 보겠다"

김 상무가 걸어온 길을 보면 매 순간 반전의 연속이다. 가방끈으로만 보면 업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지만 이론에만 매몰돼 있지 않다. 또 개인의 온전한 능력보다는 관계에서 비롯된 힘을 믿는다. 여러 분야를 거치며 경력을 넓혀온 데 따른 것이다.

1979년생인 그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정작 학장에게 청원서를 내서 박사과정 수업을 수강할 정도로 애정을 쏟은 학문은 철학과 인문학이었다. 창업가를 꿈꾸던 그는 세상의 많은 의사결정 과정 가운데 경제 논리나 숫자 뒤에 숨은 이면들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창업가의 꿈을 가졌던 그의 첫 출발은 민간 기업이었다. 그는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다가 고민 끝에 넥슨을 첫 직장으로 택했다. 약 2년 반동안 근무했지만 민간 시장이 세상을 바꾸는 주체인걸 절감했다고 한다.

그의 이력에 변화가 찾아온 건 2008년 무렵이다. 2012년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며 경제수석실, 총무기획관실, 국제경제보좌관실 등을 거쳤다. 조직 특성상 민간 분야와는 의사결정 등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때를 공적인 가치에 눈 뜬 시기라고 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책임감을 가지는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가 받는 LP의 자금을 엄밀히 생각해보면 국민들의 주머니와 연결돼있지 않느냐"며 "이런 자금으로 해외 투자를 하는 건데, 단순히 눈 앞에 드러난 숫자만 보고 투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VC업계에 발을 디딘건 30대 중반의 나이가 돼서다. 그때까지만 해도 창업가의 꿈을 놓지 않고, 스탠포드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아오던 터였다. 그러다 주변의 권유로 VC에 입문한 뒤 KTB네트워크에서 동남아 '그랩', 인도 '노브로커' 등 굵직한 글로벌 딜을 성사시키며 능력을 입증해왔다.

그는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이동했다. 글로벌 투자의 지평을 열겠다는 그의 뜻과 해외 무대 경쟁력을 키우려는 KB인베스트먼트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KB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투자그룹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람엔 실패하지 말자"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로 승승장구

해외 투자에는 여러가지 진입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물리적 거리 뿐 아니라 금융시장 상황, 문화 및 제도 차이 등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줄 키가 '관계'에 있다고 봤다. "투자엔 실패해도 사람엔 실패하지 말자"가 그의 투자철학이기도 하다.

그가 운용을 맡고 있는 2200억원 규모의 KB글로벌플랫폼펀드는 지난해 설정 이후 거의 매월 투자가 이뤄졌다. 섹터 별로 봐도 모빌리티부터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 고르게 자금이 집행됐다. 펀드에서 첫 인도 투자처로 100억원을 투자한 팜이지(PharmEasy)를 보면 투자 검토 당시보다 연매출 예상치를 대폭 상향 조정할만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연은 한 번 맺는 것보다 유지하기가 훨씬 어려운 법이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그는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기업의 성장 방안을 고민한다. 김 상무는 "특정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건 그 기업의 이야기를 함께 한다는 뜻"이라며 "창업가와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개발해 스타트업과 공유하는 정보의 질과 양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TB네트워크 시절 투자했던 '원티드' 사례를 보면 그의 인맥관리 노하우를 알 수 있다. 그는 원티드를 발굴, 시리즈A 단계를 소싱·검토·리드했는데 2개월 이상을 원티드 관계자들과 매일같이 토론하는데 보냈다. 이복기 원티드 대표도 "회사 일원처럼 투자 단계부터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했던 사람"이라며 "좋은 일이 있을때마다 케이크를 들고 와 손수 축하해줄 정도"라고 했다.

김 상무의 역량이 가장 빛을 발하고 있는 시장은 인도, 동남아시아 투자다. 유학시절부터 전 세계 창업자들과 인맥을 쌓은 뒤 지금까지도 꾸준히 교류해오고 있다. '그랩' 공동창업가인 앤서니 탄(Anthony Tan)과는 신혼집에 일주일씩 머물다 갈 정도로 막역하다. 이후 그랩은 KB인베스트먼트의 동남아 투자 마중물이 됐다.

인도 투자의 차별화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인도투자 자문위원회' 또한 해외 투자를 뒷받침해주는 지원군이다. 해당 위원회는 스탠포드대학 내 인도계 교수, 인도 전현직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그가 장기간 연을 맺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빠르게 변하고, 미래지향적인 VC업계에서 희소성이 있는 것은 상식과 신뢰"라며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뷰를 통해 네트워크를 가꿔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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