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ESG전략 점검]조용병의 ESG 성과 창출 전략 '원신한'③박성현 CSO 주축, '그룹지속가능협의회' 운영…16개 계열사와 협업
손현지 기자공개 2020-03-24 08:25:02
[편집자주]
국내 금융권에 ESG '붐'이 불고 있다. 그간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평가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ESG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계열사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 성과지표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종합평가에서 5년 연속 최고등급인 'A+'를 받은 금융사다. 국내 상장사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평가다.특히 2017 지배구조 항목에서 받았던 최상위 등급인 'S'(Special)는 KCGS에서도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사례다. 금융권에서는 최초였을 뿐 아니라 그 이후론 전업권 통틀어 S등급을 받은 기업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
신한금융이 ESG에서 이토록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데는 경영진의 높은 관심도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일찍이 2015년부터 이사회 내에 ESG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설립하고 그룹차원의 전략을 수립해나갔다.
2017년 신한금융그룹의 핸들을 잡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이러한 기조에 부응했다. 취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그룹의 중장기 ESG전략 수립이었다. 일명 '2020CSR전략'을 제시하면서 가시적인 성과 창출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 2014년 수립한 사회책임경영 9대 전략을 새롭게 개편한 것인데 △고객중심의 상품 서비스 개발 △디지털기반의 글로벌 사업 확장 △사회적책임 투자 △환경리스크 관리를 위한 탄소중립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이러한 조 회장의 ESG경영 행보는 경쟁사 CEO와 비교해도 독보적으로 빠른 행보였다. 조 회장은 신한의 대표적인 '글로벌통'으로 불린다. 과거 신한은행 글로벌부문 부행장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글로벌 트렌드인 ESG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체감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작년 말 이사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회추위는 조 회장이 지난 3년 여간 ESG경영 기반을 정착시킨 공로를 연임 결정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했다.
현재 신한금융의 ESG관련 업무는 지주 '전략기획팀'이 전적으로 관할하고 있다. 경쟁사인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브랜드 부문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ESG조직 체계에는 '원신한' 기조가 적용된다.
그룹 전체 ESG 담당 인력은 18명에 달한다. 일단 지주 전략기획팀 내 ESG 담당 실무진은 두 명이 포함되며 16개 계열사별로 ESG담당 CSO를 한 명씩 두고 있는 구조다. 이들 중 CSO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그룹 ESG전략과 이행방향을 논의하는 '그룹지속가능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ESG총괄은 그룹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을 이끌고 있는 박성현 상무(CSO, Chief Strategy/Sustainability Officer)가 맡고 있다. 박 상무는 올해부터 ESG전략 수립의 방향키를 쥐었다. 그는 신한의 '과도기' 마다 활약상을 남겨 그룹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행원 시절 신한은행 영업전선에서 경험을 쌓았던 박 상무는 2017년부터 본사 내 기관고객1본부에 둥지를 텄다.
특히 2018년 기관고객부문 부장을 맡으면서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을 도와 서울시1금고 유치에 기여했다. 은행 기관영업에 한 획을 그은 그는 작년에 지주로 스카우트됐다. 신한지주의 전략기획팀 본부장 시절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성공을 이끈 핵심 주역으로 꼽힌다.
이러한 공을 인정 받아 올초 지주 전략담당 임원(상무)을 달았다. 신한지주의 CSO는 인수합병(M&A), 포트폴리오 관리 뿐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전략 수립도 겸하는 자리다. 박 상무 선임에 대해서는 관련 오렌지라이프 인수후합병(PMI) 작업을 위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ESG경영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조 회장이 그룹 차별화 전략의 핵심 키로 'ESG'성과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박 상무가 적임자로 판단됐다는 전언이다.
조 회장은 올해도 그룹의 핵심 과제로 'ESG성과 창출'을 제시했다. 올해 1월 '신한경영포럼'에서도 "일류신한이란 목표의 전제조건은 지속가능경영"이라고 콕 찝으며 차별화된 5가지 전략방향성으로 ‘F.R.E.S.H2020’을 정의했다. 이 중 하나가 고객, 주주와의 상생을 의미하는 '지속가능성(S: sustainability)'이다.
박 상무는 올해 조 회장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보조한다. 신한금융은 해외IR을 통한 ESG 투자자 유치를 중시해왔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호치민, 홍콩 뿐 아니라 연기금 비중이 높은 북미와 유럽의 런던, 파리,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등으로 IR 행선지를 정하고 있다.
기존 주요 투자자인 블랙록, BNP파리바뿐 아니라 장기투자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을 신규 투자자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ESG 관련 자산운용사, 평가기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미팅을 주선하고 있다.
작년에도 조 회장은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AGF인베스트먼트, 맥켄지 파이낸셜, CI 인베스트먼트 등을 접선하고 노르웨이 국부펀드, 네덜란드 연기금(APG) 등을 직접 방문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를 주요 투자판단 기준으로 삼다보니 IR에서도 견조한 재무실적 뿐 아니라 신한이 각종 사회책임투자(SRI)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글로벌 ESG 트렌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사회공헌사업과 ESG 관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계량화 작업을 진행해 사업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3년부터 작년까지 다보스포럼이 선정하는 '글로벌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 7년 연속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울러 글로벌 최고 권위의 지속가능성 평가지표인 DJSI월드지수에도 7년 연속 편입된 바 있다.
올해는 계열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의 경우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에 가입해 관련 프로세스를 내재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적도원칙이란 특정지역의 환경을 훼손하거나, 인권침해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 등을 기피하는 글로벌 행동협약을 뜻한다. 전 세계 37개국 96개 금융회사가 가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대출기준에 '적도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GIB(글로벌자본시장)그룹, 리스크관리그룹, 여신심사그룹 등 유관부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관련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 중이다.
신한카드도 지난해 9월 출시한 친환경 카드(신한 딥에코 카드)의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보험상품 내에 ESG펀드 라인업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사상 처음으로 'ESG전용펀드'를 내놨다. 이달 출시한 신한BNPP글로벌지속가능경영ESG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은 총 4가지 종류로 구성됐는데 이중 3종은 공통적으로 ESG 기업에 투자한다. 나머지 1종은 미국 단기 채권형 펀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 본업을 통한 혁신적인 지속가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전 계열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형식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보다 실질적인 ESG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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