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원태 반대' 서스틴베스트, 심판 자격 '논란'류영재·강성부 두터운 친분, '거버넌스포럼' 한배 …"중립성·객관성 검증 필요"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17 17:12:4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하며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다름 아닌 '정체성'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서스틴베스트의 경영진을 살펴봤을 때 이들의 권고가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 한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스틴베스트는 2006년 류영재 대표가 설립한 의결권 자문사다. 류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맡고 있다. 문제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강성부 KCGI 대표도 거버넌스포럼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평소 매우 가깝고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17일 '2020년 한진칼 주주총회 주요 안건 의견' 보고서를 통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들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조 회장의 연임 찬성을 권한 것과 상반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 진에어와 대한항공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서스틴베스트는 "진에어의 국토교통부 제재는 조 후보의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로 촉발된 측면이 있다"며 "진에어의 두 차례 경영문화 자구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제재가 현재까지 유지되게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대해선 국토부 등의 행정처분 이력을 문제 삼았다. 이 자문사는 "최근 5년간 항공 관렵법 위반으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6억원 규모의 국토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며 "항공 안전과 관련한 반복되는 행정처분에 대해 지휘통제상 대표이사에게 일부 감독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서스틴베스트는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박영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에도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한진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제안한 이사 후보 7명에 대해서는 일제히 ‘찬성’을 권고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서스틴베스트의 권고가 신뢰할 만 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강 대표와 가까운 류 대표가 대표로 있는 의결권 자문사가 주주연합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거버넌스포럼을 함께 이끄는 등 평소 매우 두터운 관계로 알려져있다.
거버넌스포럼은 지난해 12월 바람직한 투자자·기업 관계를 정립하고 대한민국 기업거버넌스(Coperate governance)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다. 등기부등본에는 류 대표와 강 대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등 11명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궁극적 목표 아래 한 배를 탄 사이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거버넌스포럼은 설립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으나 꾸준히 한진칼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달엔 조 회장과 주주연합 측에 △구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 △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와 기업거버넌스 개선방안 등에 대해 질의를 하기도 했다. 그간 거버넌스포럼은 외형상 늘 양 측에 동일한 제안을 하며 객관성을 유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왔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아는 재계 인사들의 시각은 달랐다. 사실상 거버넌스포럼이 주주연합을 측면지원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 달 초 거버넌스포럼이 조 회장과 강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을 당시 재계는 이를 사실상 강 대표의 제안으로 이해했다. 강 대표가 거버넌스포럼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후 강 대표가 조 회장에게 똑같이 토론을 제안하자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사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해야 한다"며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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