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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권홍사·조원태, 2019년 만남의 미스터리"반도 측이 경영권 요구" vs "한진칼이 먼저 제안"…첫 만남 시기 등 진실공방

고진영 기자공개 2020-03-17 09:17:3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08: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와 달라면서 만남을 요청해 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총수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 (반도건설)

“만남을 요청했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며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한진그룹)

얼마 전만 해도 사석에서 얼굴을 마주했는데 이제 서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이가 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이야기다. 지난해 겨울, 비밀스레 회동을 가졌던 두 회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일단 권 회장과 조 회장이 2019년 12월경 한 테이블에 앉았다는 데 대해서는 양쪽의 이견이 없다. 다만 이를 처음부터 인정했던 것은 아니다. 당초 한진과 반도 측 모두 권 회장과 조 회장의 사전 접촉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아래 비밀이 어딨으랴, 둘의 만남 사실은 더벨 취재를 통해 올해 초 보도되기도 했다. 반도그룹의 갑작스런 지분 매입 배경에 조 회장 측의 SOS가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조 회장 측이 지난해 여러 기업인들을 만나 지분 매입 등 협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와 만났던 한 재계 고위 인물은 “조 회장 측에서 어떤 반대급부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정중하고 진중하게 부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회사 사정상 매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상당히 전략적 고민을 하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반도건설과 한진그룹은 이런 백기사설, 또는 만남 자체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경영진의 일을 알지 못한다"고 했고, 한진그룹 관계자도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다 1월 31일. 반도건설은 돌연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잡고 연합군 결성을 발표했다. 조 회장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서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권 회장과 조 회장의 비밀 미팅설도 그저 뜬소문으로 그치는 듯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한진칼이 16일 법원에 가처분 소송 답변서와 녹취록 등을 제출하면서부터다. 한진칼 측의 주장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을 만나 명예회장직을 비롯한 경영권과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했다. 반대로 반도건설은 한진칼 측이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다고 맞섰다. 회동 당시 조 회장은 먼저 여러가지 제안을 하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대답을 녹음하고는 유리하게 앞뒤를 잘라 그 내용을 언론 등에 흘렸다는 것이다. 한진칼 측은 편집되지 않은 자료라고 재반박했다.

불꽃 튀는 갑론을박과 별개로 권 회장과 조 회장이 지난해 말 접촉한 것만은 어찌됐든 분명해진 셈이다. 문제는 첫 만남의 시기, 그리고 누가 만남을 제안했는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한진칼은 조 회장이 권 회장의 요구로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임패리얼팰리스 호텔에서 만났으며 권 회장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율은 6.28% 였던 만큼 "만남 당시 보유지분이 2~3%뿐이었는데 경영 참여 요구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반도건설 측의 말은 거짓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질세라 반도건설 측은 양쪽의 만남이 권 회장이 아닌 조 회장의 요청에 의해, 지난해 12월뿐 아니라 7월 즈음에도 두 세차례 이뤄졌다고 다시 반격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7월을 전후해 반도건설의 지분율은 0~3% 수준이었다”며 “한진칼 측은 계속해서 불리한 정황을 감추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두 사람이 지난해 여름부터 만났다면 조 회장이 같은 해 11월 뉴욕 간담회에서 "반도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뵌 적도 없고요"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게 된다. 그의 태도는 한발 먼저 지분 매집을 시작한 델타항공에 대해 “사전 논의한 적은 없지만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연 중 연대감을 드러낸 것과 비교했을 때 다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이건 조 회장이 12월 권 회장을 만난 것은 이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와 무관치 않을 터다. 조 회장이 먼저 도움을 요청했든 권 회장의 요청에 응한 것이든, 한 차례 이상 만난 것은 서로 이해관계 합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애초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이 왜 틀어졌을까. 한진칼은 권 회장이 경영권을 요구했으며 이는 '협박과 다름없었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도건설 역시 지난해 조 회장을 만난 것은 부친 타계에 대한 위로 차원이었고 각종 제안은 조 회장 측이 먼저 했다는 입장을 완고히 고수 중이다.

해당 사실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건설의 한진칼 보유지분 일부(8.2%)에 의결권이 있는지가 여기 달렸기 때문이다. 만약 권 회장 측이 미리 경영 참여의사를 품고 한진칼 지분을 매집했다면 허위공시로 의결권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투자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했다가 올해 1월 10일 ‘경영 참가’로 바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매입 의도라는 게 뚜렷이 밝히기 쉽지 않을뿐더러 이를 둘러싼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양쪽의 말이 복잡하게 엇갈리다 보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총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진실공방은 갈수록 거칠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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