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제조업 살얼음판', 부국철강 'IMF 때로 회귀' [철강업 리포트]포스코 열연대리점 '불황 파고' 진입…자동차·가전업 축소 영향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19 10:23:4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글로벌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의 철강사다. 지난해 연간 3800만톤을 생산해 3599만톤을 국내외 수요업체에 판매했다. 이중 절반(1990만톤)은 국내에서 소비된다.포스코의 최우수 고객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나온 매출은 7971억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 매출 기여도는 동국제강(7358억원), 현대·기아차(4905억원), 대우조선해양(4598억원), 현대제철(3679억원) 순으로 높다. 삼성전자도 포스코에서 납품받지만 공시되지 않았다.
이들은 주매출처로서 연간 수천억원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사다. 매출과 수익성에 기여도가 높은 만큼 포스코는 이들 업체와 직접 가격 협상에 나선다. 하지만 전국에 씨줄과 날줄처럼 퍼져있는 중소형 업체와 가격 협상은 어떻게 될까. 포스코의 영업부서가 일일이 발로 뛰며 영업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중소형 업체와의 판매영업은 열연 및 냉연대리점에서 맡고 있다. 포스코의 열연대리점은 전국에 7곳이 분포돼 있다. 점유율(m/s) 순으로는 △세아앨엔에스(18.4%) △윈스틸(15.8%) △삼현철강(14.8%) △태창철강(14.4%) △문배철강(10.4%) △동양에스텍(10.4%) △부국철강(9.2%) △대동스틸(6.6%) 순이다.
최근 국내 제조업이 부진해지면서 열연대리점의 점유율도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이들 대리점의 영업구조는 포스코에서 열연을 받아 1차 가공하거나 직접 납품하는 식이다. 제조업 부진으로 납품처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국내 곳곳에 판매하는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리점도 수요처의 부진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이는 곧 포스코의 매출 저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국철강은 1976년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경영 지표들은 17년 전으로 회귀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1997년 'IMF' 시기보다 영업환경이 악화됐다.
부국철강은 2014년에는 포스코의 열연대리점들 사이에서 13.1%의 점유율을 보였다. 내로라할 만한 실적은 아니었음에도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호남지역에서 선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점유율은 10% 아래로 내려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유는 주 매출처가 폐업하거나 판매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국철강은 열연 등을 받아 호남지역의 자동차 및 가전업체에 납품한다. '트리거'가 된 건 자동차 산업의 불황이었다. 부국철강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납품한다. 한국GM에도 물량을 댔지만 비중은 크지 않았다.
완성차 판매부진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부국철강의 납품량도 급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냉장고와 세탁기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부국철강이 1차 가공해 납품한 철강제품은 자동차와 가전, 건설업체에 납품된다. 자동차와 백색가전은 광주지역의 제조업을 떠받치는 근간이었다.
제조업의 '파이'가 줄어들면서 철강제품을 납품하던 부국철강의 매출도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자동차 및 가전, 건설 부문의 매출은 833억원으로 2014년(1204억원)과 비교해 30.8%(371억원) 감소했다. 이는 부국철강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국철강의 매출은 1차 가공제품이 약 60%,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재료가 약 30%를 차지한다.
부국철강의 2012년 매출은 3000억원에 육박했다. 2014년 1842억원까지 감소했고, 지난해 1322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2%(영업이익 60억원)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2%(3억원)까지 하락했다.
포스코 대리점의 영업구조는 비교적 단순한 만큼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과거 100원을 투입해 2원을 남겼다면, 현재는 0.2원만 남기는 실정이다. 부국철강은 본업의 낮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단기금융상품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도 200억원 규모의 금융상품 때문이었다.
호남지역 제조업체의 폐업과 '아웃쇼어링'으로 인해 부국철강은 앞으로가 걱정인 상황이다.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활성화되고, 업체들이 생겨나야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호남지역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재료를 납품하던 업체들의 경영이 악화됐다"며 "모멘텀이 있지 않는 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국철강 관계자는 "단기간에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현 사태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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