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후장대 업계의 신년 인사회는 CEO들이 모여 환담을 나누고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그런데 철강업계의 올해 신년 인사회는 악화된 업황 때문인지 CEO들이 유달리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피하면서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단상에 올라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나누던 지난해 모습과 대비된다.기억에 선명하게 각인된 CEO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다. 이날 장 부회장은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을 직접 찾아 서운함을 드러냈다. 신년 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장 부회장은 재계와 언론계에서 '호인(好人)'으로 익히 알려진 인사다. 그랬던 만큼 그가 당부를 요청한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업계 전문가들에게 물은 결과 "두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게 많아서 일 것"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사사건건 부딪힐 일이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동국제강의 주력인 봉형강은 철강제품 중 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꼽힌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전량 국내에서 소비된다. 현대제철은 연간 700만톤, 동국제강은 400만톤을 각각 생산해 시장에 내놓는다. 건설경기가 둔화되면서 판매량은 줄고 단가는 낮아지는 실정이다.
'파이'는 작아졌는데 매 경쟁은 오히려 과열되고 있다. 봉형강을 바라보는 '셈법'은 다르다. 현대제철의 주력 제품은 봉형강이 아닌 차량·조선용 판재다. 반면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은 봉형강이다. 제품가 하락으로 인한 체감도는 동국제강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장 부회장이 환담을 나눠야 할 신년 행사에서 경쟁사 CEO에게 당부를 요청한 건 그만큼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철강사들의 영업환경은 이전보다 크게 나빠졌다. 3%대의 영업이익률을 겨우 유지하는 실정이다.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무역 장벽은 더욱 높아졌고 중국의 값싼 철강제품은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철강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의 철강산업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통폐합이 진행 중이다. 반면 국내 철강사들은 정부의 산업정책 및 리더의 부재로 '제로섬 게임'을 하는 실정이다.
포스코가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불쏘시개' 역할을 맡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다.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철강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건 어느 철강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포스코가 철강업 구조조정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경영이념인 '위드 포스코(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가 필요한 곳은 위기에 빠진 철강업계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양보'를 주문한다. 철강시황이 악화된 만큼 열연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게 실수요업체들의 주문이다. 포스코는 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지난해 8.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공생' 위한 '희생'을 요구하는 업계의 주문에 포스코는 어떻게 응답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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