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VC) 대표들 중에 제2금융권에 돈 꾸러다니는 사람들 꽤 많다니까요." 얼마전 만난 VC 대표는 밥먹다 대뜸 이런 얘길 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자금이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니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그가 말해준 현실은 이랬다. LLC형 VC는 파트너들이 직접 회사에 자본금을 출자하는 구조다. 자본금 요건이 없어 설립도 쉽다. 벤처조합 운용사(GP) 역할도 벤처투자전문인력과 조합결성금액의 1% 이상 출자 요건만 맞추면 가능하다. 자금력이 튼튼하지 않아도 진입하기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책자금을 받아 벤처조합을 결성할 때 나타난다. 민간 자금이 중심이 돼야한다는 명목 하에 정책자금 출자비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안서에 제시했던 결성총액을 맞추기 위해 자금을 어떻게든 조달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운용사 출자(GP 커밋)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신생 LLC의 경우 트랙레코드가 없기 때문에 유한책임출자자(LP)들을 끌어오기 쉽지 않다. 증자를 한다고 해도 파트너들이 출자해 만들어진 구조라 큰 돈이 모이기도 어렵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다른 VC들과 달리 LLC는 상법상 상장이 어렵다. 어떻게든 펀드를 결성해야하니 돌고 돌다 융자를 받기 위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린다는 얘기다. 고금리인건 말할 것도 없다.
벤처조합의 운용기간은 보통 8~9년으로 길다. 성장성이 있는 벤처기업일지라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청산시기를 몇년씩 지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금리 융자를 받아 결성한 펀드가 투자에 실패할 경우 이들이 겪어야 될 운명은 불보듯 뻔하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로 회수 시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장에 나온 VC는 52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15곳이 LLC형 VC다. 앞으로 모태펀드 출자 없이 민간에서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해져 LLC형 VC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량한 LLC형 VC들에게 이런 얘긴 기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세하거나 새로 진입한 곳들이라면 얘긴 달라진다. 업계 내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있다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한마디씩 보탰다. "3년 내에 알아서 없어지지 않겠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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