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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금융지주 비토권 트리거는 ‘금융사고’ DLF·라임사태 등 감시책임, 주주가치 훼손 결부

진현우 기자공개 2020-03-20 09:01:2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9: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주주총회에 상정한 주요 안건과 관련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KB금융을 제외하곤 신한·하나·우리금융엔 비토권을 행사키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3년간 1~2개 안건에만 제한적인 반대의사를 냈던 국민연금이 이처럼 이례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엔 ‘금융사고’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사내이사 선임(조용병) △우리금융 사내이사 선임(손태승) △하나금융 사외이사 선임(윤성복·박원구·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 등의 안건에 모두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앞선 세 금융지주사의 이사 선임안건을 반대한 건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을 초래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 결정을 내린 사유는 모두 일맥상통했다.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이었다.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모두 담겨있는 내용이다. 제10조(행사기준의 기본원칙) 2항엔 주주가치 감소를 초래하는 안건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두 건의 금융사고는 불완전판매 정황과 위법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했다. 우리·하나금융은 DLF사태, 신한금융은 라임자산운용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두 건의 금융사고를 주요 사안으로 여겨,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할 때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전언이다.

물론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아직 검사가 진행중이지만 사안의 파급력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요한 판단의 지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막대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야기한 두 금융 사고를 의사결정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두 회장은 연임 결정이 난다 하더라도 법률 리스크가 존재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DLF 중징계 결정을 받았지만 이달 8일 행정소송을 결정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다. 올해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최종심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든 범죄이력을 기업가치 훼손과 결부시키진 않는다. 국민연금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범죄이력과 관련해 세부적인 단서조항이 기재된 건 없다. 다만 조용병·손태승 회장 연임 이슈가 맞물려 있는 신한·우리금융의 경우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들처럼 당장 거버넌스 이슈는 없지만 사외이사들이 재직했던 기간에 DLF 사태에 따른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던 점이 국민연금의 반대 이유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의 두드러졌던 반대 기조는 최근 3~4년 동안 거의 없었기에 금융사고가 확실한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3~4년 동안 국민연금이 4대 금융지주에 내린 의결권 행사내역을 살펴보면 한두건만 제한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작년(2019년) 주총에선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선임 한 건을 제외하곤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액을 올리는 안건만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지침 세부기준에 따라 충분히 반대할 수 있는 사항들이었다.

금융업 관계자는 “신한·우리·하나금융의 경우 최근 가장 화두가 됐던 ‘금융사고’라는 당면 사안이 있었던 게 가장 컸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비중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안건 통과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의 결정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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