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공포감은 최고조다. 다우 지수는 3년전, 코스피는 11년전으로 돌아갔다. 하락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바닥’ 아래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실’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 패러다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화두’ 몇 개를 끄집어봤다. 해석은 각자의 자유에 맡겨본다.#2월 중순만해도 미국은 느긋했다.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가 급속하게 퍼지던 시점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가 미국 경기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2/11)”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은 여유만만이었다. 그렇게 불마켓(bull market)은 이어지는 듯 했다. 확진자 수 증가에도 코스닥과 코스피가 ‘선방’하고 있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분위기는 2주 만에 급변했다. 유럽 코로나 환자가 늘어났고 미국도 빗장이 풀렸다. 전염성을 간과한 결과였다. 골드만도 뒤늦게 보고서 내용을 수정했다. 이미 다우지수는 폭락한 상황이었다. 전 외국계 IB 대표는 “미국 주식 자산의 25% 정도를 이번에 날렸다”며 “한국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봤는데도 롱(long) 포지션을 고수했던 것이 패인”이라고 토로했다.
#경쟁자들이 대두하면서 OTT 최강자 넷플릭스는 자체 컨텐츠 제작 비용을 늘려왔다. 매년 현금 소진액만 수조원에 달한다. 월 구독료로는 이를 충당하기 어렵다. 작년에만 회사채 포함 4조원의 빚을 늘린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시장의 유동자금이 메마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자금 조달 여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여전히 ‘정크본드’ 등급이라는 점은 조달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가입자 수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넷플릭스 주가가 여타 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긴 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역시 적자가 대부분인 바이오회사와도 미묘하게 닮아 있다. 특히 외부 조달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회사로선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회사채(debt)가 아닌 주식(equity) 위주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당분간 양쪽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경기부양책으로 1000조원 이상을 푼다고 한다. 한국 정부도 50조원의 비상금융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가용수단을 쓴다고 했다. 문제는 효과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이 아니다. 돈을 풀어도 사람들은 소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팬데믹(pandemic)의 무서움이다.
뉴스만 보면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이 조만간 나올 것만 같다. 희망고문의 시작이다. 항암제를 연구하던 업체가 돌연 치료제를 개발하겠단다. 의심을 해보기도 전에 '불나방'은 모여들기 시작한다. 주가는 치솟는다. 물론 언제 고꾸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나중에 애먼 투자자들만 곡소리를 낼 수도 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자도 그렇지만 현대자동차의 주가 하락도 시장의 이슈다. 19일 종가는 7만원이 깨졌다. 약 11년 만이다. 코스피 지수와 대략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약속한 ‘V자 실적 반등’이 무색해졌다. 사사건건 경영에 제동을 걸었던 엘리엇도 철수했지만 소용이 없다. 코로나발 수요 절벽과 미국 공장의 셧다운 소식은 실적 우려를 높인다. 부지에만 10조원을 들인 GBC는 첫 삽을 뜰 수 있을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속은 쓰리겠지만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선 ‘호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년 전에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계열사 지분을 물려 받으려면 2조원이 넘는 증여세를 내야 했다. 이제 절반 이상으로 주가가 떨어졌으니 그만큼의 ‘절세’가 가능하다. 어쩌면 상장사 오너 대부분이 현대차와 비슷한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증여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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