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 GS글로벌, 투자기업 손실 지속 관계기업 장부가, 취득원가 절반 수준…포스코인터·LG상사와 대조적
김성진 기자공개 2020-03-23 08:18:0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상사는 업종 특성상 다양한 산업분야에 투자를 한다. 자원개발, 인프라, 물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라면부터 미사일까지'라는 표현이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과거 대기업들이 수출 일원화를 위해 별도로 설립한 회사들이 바로 종합상사다. 계열사들의 다양한 수출 물량을 떠맡다 보니 자연스레 '백화점' 식으로 성장했다.GS그룹의 종합상사 GS글로벌 역시 국내 여느 종합상사와 마찬가지로 투자 분야가 다채롭다. 철강, 디스플레이 솔루션, 소프트웨어개발업체, 항만개발업체 등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그러나 분산투자가 뚜렷한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투자하는 족족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표현이 더 들어맞을 정도다. 관계기업들의 현재 가치는 취득 당시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GS글로벌이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 내 ‘12. 공동기업 및 관계기업투자주식’ 항목을 보면 GS글로벌이 투자한 회사들의 세부내역들이 나와 있다. 지분율에 따라 관계기업으로 묶인 업체들은 △에스피텍 △해남복가능원개발유한회사 △동국제강 인도법인(Dongkuk Steel India Private Limited) △지앤씨인터렉티브 △GS 루브리컨츠 톈진 △메이류 시멘트(Meiryu Cement Corporation) 등 6개 회사다. 이중 메이류 시멘트의 경우 소유하고 있던 지분 50%를 지난해 청산해 2019년 말 기준으로는 5개로 줄었다. 공동기업으로는 항만 개발 및 운영회사인 동해국제자원터미널이 있다.
관계기업과 공동기업으로 묶인 업체들의 장부가액을 모두 더하면 51억원 수준이다. 이는 총 취득가액 106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금액이다. 쉽게 말하면 GS글로벌이 투자한 회사들의 가치가 투자 당시와 비교해 절반이나 떨어진 것이다. 투자회사들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들여다봐도 장부가액이 취득원가를 상회하는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취득원가가 51억원으로 가장 높은 동국제강 인도법인의 장부가액은 21억원으로 감소했으며, GS 루브리컨츠 톈진 법인도 31억원에서 21억원으로 10억원 줄었다. 이외에 디스플레이 솔루션 업체 에스피텍,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지앤씨인터렉티브, 해남복가능원개발유한회사 등은 모두 장부가액이 0원으로 처리됐다.
장부가 감소는 영업실적 악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제강 인도 법인은 지난해 5억원의 순이익을 내긴 했지만 전년도에는 20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불안정한 실적을 기록해왔다. GS 루브리컨츠 톈진은 지난해 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9년 치 감사보고서를 모두 종합해 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GS글로벌의 관계기업투자 내역이 일반 매도가능증권과 구별돼 기재되기 시작한 201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GS글로벌이 보유한 6개 관계기업의 장부가 총액은 52억원으로 취득원가 총액 98억원의 절반 수준을 나타냈다.
예외는 있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은 관계기업들의 장부가액이 취득가액과 맞먹었다. 다만 이는 현재 GS글로벌이 종속기업으로 보유한 GS엔텍의 지분변화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기존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재설정됐다가, 2016년 다시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며 다시 종속기업으로 분류됐다.
물론 장부가액이 투자 성패를 모두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큰 변동성 탓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9년이란 기간 동안(GS엔텍 지분 제외) 관계기업들의 장부가액이 취득가액을 절반 수준으로 밑돈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국내 다른 종합상사와 비교해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2018년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관계기업 장부가 총액은 3477억원으로 취득원가 총액 5277억원보다 낮다. 그러나 이보다 2년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장부가와 취득원가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게다가 과거에는 장부가액이 취득원가를 상회했던 적도 있다. LG상사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 관계기업 총 장부가액은 3166억원으로 취득원가보다 24.5% 줄어들었지만 그 격차가 GS글로벌처럼 크진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통 경영권을 소유하지 않는 형태의 투자는 배당수익이나 사업적 시너지 등을 기대하고 실시한다"며 "다만 회사마다 갖고 있는 전략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장부가가 손상되더라도 연결주체가 이득을 보는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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