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운용사 열전]코람코운용, 실적 2년째 주춤…신사업 안착 '과제'모기업 대주주 교체 여파, 신규 딜 지연…멀티에셋·인프라 성과 기대
이효범 기자공개 2020-03-26 13:20:31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지난 2년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모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의 대주주 교체 작업 때문이다. 신규 투자를 위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펀드 설정이 한동안 뜸했다. 다만 대주주 교체가 마무리 되고 작년 하반기부터 신규 펀드 설정이 대폭 늘어나면서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뿐만 아니라 코람코자산운용이 2년전부터 추진해온 신사업인 인프라, 멀티에셋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발판을 마련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뚜렷한 성과를 내야할 시기다. 이는 3년차를 맞은 각자 대표 체제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순익 28억, 전년비 23% 감소…대주주 교체후 펀드 설정액 급증
코람코자산운용은 2019년 영업수익 153억원, 영업이익 37억원, 순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영업수익은 3.11%,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54%, 22.9%씩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2018년에도 전년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은 2년 연속 하락세다.
그동안 영업실적은 전반적으로 우상향했다. 주 수익원은 부동산펀드 운용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펀드운용보수다. 2010년 운용사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연말 기준 펀드 설정액은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다.
다만 2017년부터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2018년부터는 부동산 외에 다른 영역으로 투자저변을 넓히는 과정에서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했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판관비는 2016년 61억원에서 2017년 96억원으로 35억원 불어났다. 또 2018년 109억원, 2019년 113억원으로 증가세는 지속됐다.
문제는 2018년 하반기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코람코자산신탁의 대주주 교체작업이 이뤄지면서 코람코자산운용의 신규 펀드 설정이 지연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라 코람코자산운용 내부적으로 쉽사리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펀드 운용보수 감소로 이어졌고, 실적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다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펀드 설정액이 1조원 넘게 불어났다. 대주주 교체 이후 미뤄졌던 신규 투자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2019년 3월말 2조4462억원이었던 펀드 설정액은 같은해말 3조5299억원으로 늘었다. 통상 신규 펀드 설정에 따른 운용보수는 1년 정도 뒤부터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펀드 운용보수 증가가 예상된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의 대주주 교체 얘기가 나온게 2018년 하반기부터인데 지분 거래를 위한 절차가 1분기까지 진행되면서 신규 딜 추진에 대한 의사결정이 후순위로 미뤄졌었다"며 "이 때문에 실적이 다소 하락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점차 정상화되면서 올해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석 대표, 해외투자 확대 진두지휘…부동산 포트폴리오 분산
코람코자산운용의 부동산 투자를 이끄는 수장은 박형석 대표다. 2016년 하반기 이현승 대표가 K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으로 발탁됐다. 당시 본부장이었던 그는 대표를 겸직하는 형태로 취임했다.
박 대표는 해외투자를 키운 인물로 평가 받는다. 코람코자산운용은 2015년 해외투자 펀드를 처음 설정했는데 당시 해외펀드 설정액은 전체 펀드 설정액의 17.53%에 그쳤다. 이듬해인 2016년 해외투자 비중은 26.39%로 상승했다. 특히 박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2017년 해외투자 비중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72%로 뛰었다.
국내 부동산에 편중됐던 투자 포트폴리오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분산됐다. 특히 2017년 지분을 인수한 암스테르담 '더 아트리움'(The Atrium)의 경우 전체 매입가만 5억 유로(6500억원) 수준으로 네덜란드 단일 부동산 거래로는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해 코람코자산운용의 영업실적도 역대급이었다. 2017년 영업수익 167억원, 영업이익 71억원, 순이익 54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순이익은 전년대비 32억원 증가한 규모였다. 그해 비용이 증가했지만 큰폭으로 늘어난 영업수익 덕분에 처음으로 순이익 50억원을 돌파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2018년 해외 블라인드 부동산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형태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주로 설정했다. 지난해 미국 오피스, 리테일 등을 편입한 부동산펀드와 유럽 코어 부동산 대출에 재간접 투자하는 형태로 6000억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확대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외를 통틀어 투자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실물 투자 비중은 여전히 높다. 전체 운용자산 중 49%에 해당한다. 국내 실물 부동산 투자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재간접형과 대출형은 각각 20%, 19%로 나타났다. 이외에 블라인드펀드나 위탁운용 비중은 10%, 인프라와 혼합자산펀드는 2% 수준이다. 자산별 투자비중은 오피스 21%, 리테일 13%, 임대주택 6% 등으로 나타났다.
◇각자대표 체제 안착했나...전응철 대표 임기연장 '무게'
이처럼 부동산 부문은 꾸준히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향후 실적 변수는 인프라, 멀티에셋 분야로 좁혀진다. 해당영역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기 위해 이미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구축하면서 비용이 늘어난 상태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각 조직별로 영업수익을 키워 비용을 상쇄해야 하는 단계다.
코람코자산운용은 2018년 각자 대표제를 채택하면서 부동산부문과 멀티에셋본부를 박 대표가, 신설한 인프라부문을 전응철 대표가 맡는 형태로 경영체제에 변화를 줬다.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각자 대표제 아래 추진한 멀티에셋과 인프라 투자는 아직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에 따르면 전제 운용자산 중 인프라와 멀티에셋 자산에 투자한 비중은 각각 1% 안팎으로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박 대표와 전 대표는 올해로 3년차로 접어든 각자대표제 아래 각각 맡은 신사업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멀티에셋운용본부는 부동산 관련 자산을 비롯해 메자닌, PEF 등 구조화된 전략자산에 분산투자한다. 이재길 전무가 멀티에셋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 CJ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을 거치며 법인영업에 오랜 경업을 쌓아온 인물이다. 유진투자증권에서는 법인영업본부장을 거친 뒤 금융상품실장, 준법감시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대우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을 거치며 인프라투자 분야에서만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인물이다. 국내 인프라 투자를 견인해온 산업은행 출신이다. 코람코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과 함께 맥쿼리인프라 펀드(MKIF) 운용사 교체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운용사 교체를 결정하는 주총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국내에서는 신재생이나 환경섹터 투자에 기회를 찾고 있다 또 해외에서는 개발도상국을 개척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상업금융기관, 국제금융기구, 산업체 등 다양한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폭넓은 사업기회를 포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석유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베트남 지하석유비축기지 구축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점차 가시화 될 조짐이다.
코람코자산운용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 전 대표의 임기연장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선임된 이후 2년째인 올해 3월말 임기 만료다. 박 대표는 지난해 주총을 거쳐 임기를 2021년 5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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