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KCGI, ㈜한진 주총 소극적 참여 까닭은1년째 지분율 그대로, 한진칼 주총에 화력 집중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25 16:38:51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 ㈜한진의 정기 주주총회가 25분 만에 끝났다. 지난해 주총과 상정된 안건 수는 별반 차이 없으나 소요 시간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사회가 올린 이사선임안과 정관변경안 등은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속전속결로 가결됐다.작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의 참석 여부였다. 2018년 말 깜짝 등장한 KCGI는 다수의 투자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화력을 지주사인 한진칼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진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 대강당에서 제64기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 수많은 주주와 취재진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이날 주총장은 한산했다. 회사 측은 사회적 거리를 고려해 띄엄띄엄 좌석을 배치했고, 현장에 출석한 주주 70~80명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리 앉아 찬반 의사를 표했다.
대표이사인 류경표 의장의 개회선언으로 오전 9시 정각에 시작한 주총은 25분 만에 종료됐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시간은 주요 경영성과와 경영계획 설명, 감사내역 보고 등에 소요됐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1197만4654주 중 863만7441주(위임 포함)가 출석(72.13%)해 보통결의는 물론 특별결의사항도 처리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됐다. 의안으로 올라온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은 주주들의 찬성으로 쉽게 주총 문턱을 넘었다.
주총 시간이 대폭 단축된 배경 중 하나로 2대주주 KCGI의 소극적 참여가 꼽힌다. 작년에는 KCGI 관계자들이 직접 주총장에 출석해 주주발언 등을 했으나 올해는 따로 주주발언 등을 하지는 않고 주총 직전에 잠깐 들러 의결권 행사만 했다. 의결권 있는 지분은 10.17%로 지난해(8.03%)보다 늘었으나 적극적으로 주주 발언 등을 하지 않은 것이다.
KCGI는 현재 한진칼과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 두 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 18.75%를 쥐고 있는 단일 최대주주지만 ㈜한진 지분도 적지 않다. 10.17%를 보유한 2대주주다. 다만 KCGI는 지난해 주총 이후 ㈜한진에 대해서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분을 매수한건 지난해 주총 한 달 전인 2월28일이다. 이후로는 사지도, 팔지도 않고 그대로 갖고만 있다.
지난해에는 달랐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앤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한진 지분을 매입하며 양쪽에서 한진그룹을 흔들었다. 한진칼에 무언가를 요구할 땐 ㈜한진에도 똑같이 했다.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주주제안도 양사에 동일하게 진행했다. 전자투표제 도입 요구과 주총 출석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는 소극적이다. KCGI가 ㈜한진을 언급한 건 지난달 한진칼과 함께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게 전부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무산됐던 내용을 올해 한차례 더 요구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주주제안도, 가처분 신청도 없었다. 지난해 6월 고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 등과 관련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 신청을 냈으나 바로 다음달 이를 취하했다.
재계에서는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 여부가 달린 한진칼 주총을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두 회사를 모두 신경쓰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일단 조 회장의 경영권을 뺏어오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추후 KCGI가 ㈜한진 주식을 일부 매각해 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기전을 선언한 만큼 자금 조달 방안의 하나로 지분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KCGI는 최근 잇따라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고 델타항공(14.9%)에도 지분 전량 거래를 제안하는 등 지분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작년 주총에는 KCGI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관계자가 방문했었고 주주발언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며 "주총 진행시간이 작년 대비 반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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