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CB로 장기물 대체…자금 숨통 트이나 등급하향 거론된 작년부터 CP 발행 급증…단기물 상환 집중
강철 기자공개 2020-03-30 15:07:1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단기물 중심의 자금 운용 전략을 펼치고 있는 현대로템이 전환사채(CB)로 1년만에 장기물을 발행한다. 실물경제 침체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짜낸 전략이다.CB로 조달하는 2400억원은 오는 6월 공모채를 갚는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부터 9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도 일부 상환한다. CB 발행이 원활하게 완료될 시 단기물 중심으로 팍팍하게 돌아가고 있는 자금 운용에 조금은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대신 3년만기 CB…1년만에 장기물 발행
현대로템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공모 CB를 발행해 2400억원을 마련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2400억원의 납입 예정일은 오는 6월 17일이다. 발행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계열 증권사인 현대차증권도 인수단으로 참여해 900억원을 매입한다.
1999년 설립 후 처음으로 발행하는 CB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침체, 이달 초 BBB+로 떨어진 신용등급을 고려해 사상 초유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최대주주(43.4%)인 현대자동차의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더라도 메자닌 증권을 찍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CB의 만기는 3년이다. 조기 상환청구(콜옵션)라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장기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만기를 여유 있게 설정했다. 현대로템이 장기물을 찍는 것은 지난해 7월 2000억원을 조달한 29회차 2·3년물 공모채 이후 약 1년 만이다.
현대로템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 자금 운용의 중심축을 단기물로 전환했다. 작년 한해에만 24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2개월물, 3개월물, 6개월물, 10개월물 등 만기가 더 짧은 CP를 집중 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시로 만기를 점검해야 하는 등 자금 사정이 팍팍해졌다.
◇단기물 집중 상환…자금운용 숨통 트이나
CB로 조달하는 2400억원은 오는 6월 15일 만기가 도래하는 1100억원의 회사채를 갚는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유 현금으로 먼저 1100억원을 갚고 이틀 후 들어오는 CB 납입금으로 유동성 전반을 보강하는 형태의 차환을 추진하는 것이 유력하다.
오는 6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750억원의 CP도 순차적으로 상환한다. 세부적으로 △6월 22일 200억원 △8월 20일 100억원 △8월 26일 200억원 △8월 27일 100억원 △9월 10일 100억원 △9월 19일 50억원을 갚을 예정이다.
9월 19일 이후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CP 잔액은 약 180억원이다. 대부분 12월에 집중돼 있다. 2021년은 2월 초에 갚아야하는 300억원 외에는 만기 도래분이 없다. CB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단기물로 인해 경색된 자금 운용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다고 볼 수 있다.
6월 이후의 단기물 잔액을 모두 CB로 대체할 경우 추가로 CP를 찍는 과정에서의 부담도 줄어든다. 여기에 운휴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단기물 상환에 투입할 경우 자금 운용상의 불확실성 리스크가 한층 감소한다. 현대로템은 올해 1월부터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은 자산들의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과거 3사 합병 과정에서 편입한 경상북도 상주 사업장 부지가 정리할만한 자산으로 꼽힌다"며 "현 시점에서는 8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를 최대한 빨리 처리해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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