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CB로 만기채 대응…단기조달 확대 가능성도 등급하향·코로나 악재 겹쳐…자산매각 병행
강철 기자공개 2020-03-27 09:14:0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은 국내 A급 기업을 대표하는 회사채 발행사(issuer)다. 그간 필요할 때마다 회사채 시장을 찾아 손쉽게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10년 넘게 유지한 A 등급은 이달 초 BBB+로 떨어졌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가 회사채 시장에까지 번지면서 앞으로 원활한 발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올해 상반기에 현대로템이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총 1100억원이다. 지난해부터 발행 규모와 빈도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기업어음(CP)의 만기도 1200억원가량 도래한다. 현대로템은 원활한 차환을 위해 2400억원의 전환사채(CB) 카드를 꺼내들었다.
◇ 실적악화 지속, BBB+ 하락…회사채 차환 쉽지 않아
현대로템은 2008년 4월 A 신용등급을 확보했다. 이후 10년 넘게 A 등급을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2008년 4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수요예측은 항상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12년간 유지한 A 등급은 이달 초 BBB+로 떨어졌다. 대규모 적자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등급 하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로템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71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실로 인한 현금흐름 경색을 차입으로 개선한 결과 2017년 말 260%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363%로 상승했다.
BBB는 A와 마찬가지로 투자적격등급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하이일드 등급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최대 수요자인 기관들은 BBB 이하의 회사채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규를 두고 있다. BBB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로템의 향후 자금 운용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시장은 발행 여건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호텔신라, 대림산업 등 AA급 기업들마저 극도로 위축된 투자 심리를 고려해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 지난주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파워는 가까스로 500억원을 마련했다. 기준 금리가 1% 밑으로 하락하면서 수익률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 CB로 2400억 조달해 회사채 상환…단기물·자산매각 병행할 듯
작년 말 기준 현대로템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총 9000억원이다. 9000억원 중 5400억원은 2014년과 2015년 발행한 5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나머지 3000억원은 2018년과 2019년 찍은 3년물이다. 대부분 만기가 1년 이상 남아있다.
이 중 2015년 발행한 25회차 5년물 1100억원의 만기가 오는 6월 15일 도래한다. 앞으로 3개월 안에 1100억원을 갚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6월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CP도 1200억원가량 잔존한다. 상반기에만 23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로템은 원활한 차환을 위해 3년 만기 공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오는 6월까지 투자자를 모집해 총 2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CB 조달의 명목상 목적은 기업어음 상환이다. 하지만 수시 발행과 상환이 가능한 CP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25회차 회사채 1100억원 상환 후 유동성을 보충하는 형태로 실질적 차환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CB로 조달한 2400억원 중 750억원을 6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CP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이 1999년 설립된 이래 공모 CB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례없는 메자닌 증권 발행을 추진할 정도로 자금 운용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CB 외에 CP를 비롯한 단기물도 계속해서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등급 하향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CP 발행을 대거 늘리고 있다. 2019년에만 총 2100억원을 CP로 조달했다. 작년 2분기에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찍어 100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계속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올해 초 비상 경영체제 선포에 맞춰 유형자산 매각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난 1월 비상경영 선포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도약을 위해 재무 파트를 비롯한 사업 부문 전체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강도높은 자구책을 이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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