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은퇴 재다짐…승계 방안은? 장남 서진석 부사장이 이사회의장 이어갈 듯…지분 승계는 미정
강인효 기자공개 2020-03-30 08:14:4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이 은퇴를 다시 다짐했다. 서 회장은 1957년생으로 올해 63세가 됐다. 서 회장은 올해말 은퇴 계획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시장의 관심은 서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경영과 소유 분리 원칙을 실행하느냐에 쏠린다. 업계에선 서 회장이 올해 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다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것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정기 주총에서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서 부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지분 승계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서 회장은 주총에서 그룹 내 주요 3계열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간 합병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서 회장은 3개 회사 지분을 홀딩스와 개인 지분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 3개사 합병의 결과에 따라 지분 승계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다. 경영 승계만 확정하고 지분 승계는 시간을 두고 결정할 수도 있다.
◇"CEO는 안 되고, 이사회 의장만"
서정진 회장은 2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30여분간 주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주들에게 자신의 은퇴 및 경영 승계 계획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본인의) 은퇴 이야기는 5년 전부터 언급했던 것"이라며 "셀트리온그룹 임원들의 정년이 65세인데, 회장도 임원이기 때문에 그 룰을 어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올해로 63세다. 65세가 되기까진 2년의 시간이 더 남았다. 하지만 내년 3월로 만료되는 사내이사 임기를 감안할 때 서 회장이 내년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될 경우 3년간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서 회장은 "회사가 정한 룰을 내가 어기게 되면 이는 곧 임원이 아니라 왕이란 뜻"이라면서 "올해 말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 2015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직은 계속 유지해왔다. 현재도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셀트리온의 미래 전략 등을 구상하고 있다.
서 회장은 "내가 은퇴한 이후에 셀트리온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내 자식들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회사 경영에는 (나처럼) 이사회 의장으로서 관여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은퇴한 이후에도 뒤에서 보고 있으면서 2세들이 이사회 의장으로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어드바이스를 줄 부분이 있다면 할 것"이라며 "코치를 하는 과정에서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 주주들이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 부사장은 현재 셀트리온 미등기임원이다. 부친인 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내년 정기 주총에서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이 유력하다. 통상 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사내이사나 사외이사 중에서만 선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이사는 작년에 과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형은 서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현재 셀트리온 미등기임원이다. 서 이사는 생산 및 공장 부문에 특화해 경력을 키우는 중이다. 서 이사의 현 직책은 제조부문 내 운영지원담당장으로 공장 및 공장의 생산능력(CAPA)를 확보하는데 집중돼 있다.
◇지분 승계 방안은 '오리무중'…합병과 연계
서 회장은 자녀들에게로의 경영 승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구체화했지만 지분 승계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이날 주총에서 "회사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내가 보유 중인 주식을 파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서 회장이 화두를 던진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계열사 3사간 합병을 주목하고 있다. 주주들의 의사에 따르겠다고는 하지만, 서 회장 입장에선 합병 이후 셀트리온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게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서정진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으로 이어지는 한 축과 '서정진→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어지는 한 축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약 9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약 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20%를,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 지분 55%를 갖고 있다.
시장에선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한 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3사간 합병이 완료되게 되면 셀트리온의 지배구조는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통합 셀트리온'으로 일원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 회장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비교적 수월하게 처분할 수 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비상장사인데다 사실상 서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측은 "서 회장이 공식적으로 지분 승계 방안이나 계획을 언급하거나 발표한 적은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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