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충당부채서 '온실가스배출' 사라진 이유는 저탄소·고효율 기재 도입, 탄소배출량 감축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01 08:53:4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항공사 대한항공은 온실가스 배출이 늘 고민거리다. 항공기를 띄우면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고 운항 횟수를 늘릴수록 배출량도 확대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다.대한항공은 현재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고 있다. 실제 배출량이 할당분을 초과할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온실가스배출부채를 충당부채로 처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갑자기 배출부채 항목을 없애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한항공이 지난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2019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예년과 달리 충당부채에 '온실가스배출부채'가 따로 계상되지 않았다. 충당부채는 시기나 금액은 불확실하지만 지출 발생이 유력한 경우 회계상 선반영하는 부채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탄소배출량이 할당분을 초과해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경우에 대비해 배출부채를 별도로 인식해 왔다.
실제로 직전연도인 2018년 사업보고서상에는 온실가스배출부채로 전년 기말금액(올해 기초금액) 54억6200만원에 전입액 7억7000만원이 추가로 책정돼 있다. 이후 실제로 62억3200만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탄소배출권 이슈 대응을 위해 기존에 쌓아뒀던 충당부채와 전입액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한 2015년부터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표기해왔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전입액을 각각 13억1600만원, 61억5400만원씩 계상했으나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당기 부족분을 차기 배출권에서 차입해 처리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2017년과 2018년엔 각각 11억6100만원, 62억3200만원을 사용했다. 배출량 대비 할당량이 적어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대항항공은 왜 지난해에는 탄소배출 관련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은 것일까. 항공수요 확대에 따라 매년 공급을 늘리고 있는 만큼 탄소배출 대응 비용도 늘어날 거란 추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제 배출량이 무료 할당량보다 적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당 연도분 배출권 범위 내에서 배출량이 발생해 충당부채로 계상할 내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사업보고서에 탄소배출량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6년 67만5003tCO2를 배출했으나 2018년엔 60만4670tCO2로 2년새 10% 가량이 줄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기재 교체가 손꼽힌다. 탄소배출량이 낮고 연료효율이 높은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배출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2014년까지 탄소배출량이 적고 연료효율성이 높은 신형 화물기 B747-8F와 B777F를 각각 5대, 4대 도입한데 이어 2015년에도 추가로 1대씩 들여왔다. 2017년부터는 탄소배출량을 20% 줄인 B787-9과 A220-300(CS300) 등 친환경 여객기도 도입했다. 연료효율 개선에 기여하는 부품인 샤크렛 등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돼 충당부채로 계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직 지난해 배출량이 확실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할당 범위 내에 들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에 지난해 배출량을 산출해 보고하면 추가 검토 작업 등을 거쳐 오는 6월 확정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대한항공이 추후 탄소배출부채를 또 다시 충당부채로 처리하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 역시 대상 기업들에 대한 할당량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저탄소·고효율 기재를 도입하는 등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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