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운용사 열전]메리츠대체, 조정호 회장 '야심작'에서 '성공작'으로출범 4년만에 해외부동산 6위 '고속성장'…과감한 인력영입 '결실'
최필우 기자공개 2020-04-07 13:20:00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09: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만큼 부동산펀드 고속 성장을 이룬 자산운용사는 드물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출범 4년 만에 부동산펀드 외형으로 전체 자산운용사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 됐다. 소수 정예 인력을 유지하고 100%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설정액 3조원 고지를 넘보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야심차게 인력들을 영입해 출범시킨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벌써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해외부동산 전문가 모시자…메리츠금융그룹 '러브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메리츠금융지주가 자본금을 100% 출자하면서 탄생했다. 2016년 2월 설립됐고 같은해 6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쳤다. 자본금은 50억원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해외 부동산투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동산 특화 운용사를 출범시켰다. 메리츠종금증권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었으나 국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해외 부동산에 전문성을 갖춘 팀을 영입하면 경쟁력 있는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다고 봤다.
당시 자산운용업계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로 주가를 높이고 있었던 곳은 현대자산운용이다. 현대자산운용의 대체투자 전성기를 이끌고 있던 부동산운용팀을 호시탐탐 노리는 하우스가 많았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16년 현대자산운용이 KB금융그룹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부동산운용본부를 통째로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고 매니저들이 이직 결심을 굳히면서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이 출범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처음부터 운용사 설립을 구상했던 건 아니다. 당초 메리츠종금증권에현대자산운용 부동산운용본부 인력들로 구성된 별도 본부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국내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기존 본부에 더해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조직이 신설되면 경쟁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의도와 달리 새로 합류한 매니저들은 부동산 특화 자산운용사 설립을 원했다. 핵심 인력들이 해외 금융기관들과 호흡을 맞춰 직접 물건을 발굴하는 데 특화돼 있다는 장점을 살리려면 운신의 폭이 넓은 자산운용사가 낫다고 판단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자본금을 출자해 메리츠자산운용과 별도로 운용사를 신설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 합류하는 인력들에게 걸었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매니저들이 관계지향적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데 특화돼 있어 중장기적으로 파트너들과 신뢰를 쌓아야 하는 운용업이 낫다고 봤다"며 "메리츠금융그룹에 합류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은 2018년 10월 메리츠대체투자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사명을 변경한 건 투자 대상을 부동산으로 국한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 부동산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인프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인력은 총 16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력이 200명을 넘고, 삼성SRA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인력이 각각 100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메리츠대체투자자산운용은 급하게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효율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은 투자운용본부와 산하 투자운용1·2·3팀이다. 업력이 오래된 부동산 특화 운용사들과 달리 별도의 리서치 조직을 두진 않았다.
◇부동산펀드 설정액 '톱 10' 진입…여전한 성장 잠재력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성장가도에 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출범한 지 4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부동산펀드 설정액 상위권에 안착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설정액은 2조7599억원이다.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운용사 중 이지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베스타스자산운용에 이어 6위다. 전체 자산운용사로 비교 범위를 넓혀도 10위권에 진입했다. 상위 10개사의 설립 연도를 보면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2016년으로 가장 늦다.
해외 부동산펀드만 놓고 보면 메리츠대체투자자산운용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해외투자 비중은 100%로 설정액 2조7599억원이다. 부동산 특화 운용사 '톱3' 이지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이어 4위다. 전체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소수 인력으로 빠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매니저들이 해외 투자에 특화돼 있고 해외 비즈니스에 주력해야 설정액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봤다. 국내 부동산의 경우 물건에 대한 자산관리 업무를 위해 추가적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해외에는 부동산 자산관리에 특화된 기업풀이 국내보다 넓어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물건 관리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국내보다 해외 투자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했던 것도 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요인이다.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으나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설립 초창기에는 경쟁이 심화하지 않았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니즈(needs)가 확대될 무렵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선제적으로 수요를 충족시켰고 덕분에 타사 대비 가파른 성장이 가능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향후 국내 부동산 투자도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 있지만 아직 선진국 부동산 시장에 매력적인 투자 물건이 많이 남아 있다"며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산군을 점진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시장 개척 비결, 소수정예 '맨파워'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소수 인력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핵심 운용역 5명의 호흡 덕이다. 이들은 현대자산운용 시절부터 합을 맞추면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했다. 출범 이후 주요 인력 이탈이 없었던 것도 빠른 성장을 뒷받침했다.
신준현 대표가 투자를 총괄한다. 그는 현대자산운용 시절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를 2조원 넘게 키웠고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출범을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 기획팀, 하나자산운용 투자팀에서 부동산 투자 경력을 쌓았고 현대자산운용 부동산투자본부를 총괄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오진석 투자운용본부장이 신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그는 HSBC은행, 세빌즈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패션학, 경영학, 국제관계학 등을 공부하며 긴 유학생활을 보냈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해 해외 투자가 주력인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키맨(Key man)으로 꼽힌다.
김경민 이사, 정희석 부장, 유영선 차장도 현대자산운용 시절을 함께한 매니저들이다. 김 이사는 부동산 투자 강호 삼성생명과 한화자산운용에서 경력을 쌓았다. 정 부장은 세빌즈, KDB자산운용, KT에스테이트를 거쳐 신준현 사단에 합류했다. 유 차장은 SK네트웍스, 한영회계법인을 거쳤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창립 멤버들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의사결정 과정이 수평적이고 효율적"이라며 "핵심 인력 이탈이 없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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