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 리포트]이스트소프트, 지주사에 전문경영인 체제 '변신'김장중 창업자, 대표이사 떼고 이사회만 참여…분사 사업 정상화가 '과제'
성상우 기자공개 2020-04-07 08:29:13
[편집자주]
'소프트웨어의 시대'다. 사람과 기계의 모든 소통이 인터넷망으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의사결정하는 4차산업혁명과 맞물려 소프트웨어는 모든 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소프트웨어의 범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비롯해 인공지능, 보안솔루션 까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한다. 제조업 다음을 책임질 지식 산업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책임지는 주요 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최근 사업 및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주요 사업을 분사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창업주가 이끌던 경영 의사 결정 과정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김장중 창업자는 2016년부터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사업보고서엔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상근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스트소프트 내부에서 진행하던 게임이나 금융, 커머스 사업을 계열사로 분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큰 변화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만들고 계열사간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분사된 계열사들의 매출 구조나 수익성이 여전히 부진해 이를 정상화시키는 게 과제다.
◇ 보안·게임·포털·금융·커머스 5개 자회사 체제
이스트소프트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2016년 첫 취임한 정상원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각 사업 부문을 분사한 것이다. 이스트소프트는 보안·게임·커머스·금융 등 사업부문을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자회사로 분사시켰다. 각 사업 부문의 독립적 경영체제를 갖추고 경쟁력 및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분사는 2016년 1월 게임 부문을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2년에 걸쳐 이뤄졌다.
이스트소프트는 앞서 2008년 분사한 포털 사업 자회사 △줌인터넷을 비롯해 △이스트게임즈(게임) △이스트시큐리티(보안) △엑스포넨셜자산운용(금융) △딥아이(커머스) 등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상법상 지주회사의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법적으로 지주사는 아니나 사실상 지주 형태를 갖추게 된 셈이다. 다만 창업의 모태가 된 소프트웨어 부문은 분사하지 않았다. 3년전부터 공격적으로 진행한 AI 신사업 및 연구개발(R&D) 부문도 본사에 뒀다.
이스트소프트의 5개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80~100% 수준이다. 그밖에도 △이스트소프트재팬(지분 100%) △미국법인인 ESTsoft Inc. (지분 100%) △마인드메이플 (지분100%) △이스트글로벌 (지분 100%) △E7 모바일(지분 79%) 등을 포함해 총 16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12곳이 지분율 상 종속회사로 편입돼 있어 이들 매출은 이스트소프트의 연결 매출로 잡힌다.
이스트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160억원으로 이스트소프트 전체 연결 매출 대비 약 23%를 차지한다. 포털 자회사 줌인터넷의 연매출은 239억원으로 전체 대비 약 35% 수준이다. 보안과 소프트웨어 부문 합산 매출은 239억1600만원 규모로 전체 대비 가장 큰 비중(34.7%)을 차지한다. 커머스와 금융 부문 매출은 각각 44억3600만원, 6억2700만원 수준이다.
자회사들은 분사한 지 4~5년차를 맞지만 아직 성장통을 겪고있다. 자회사 중 가장 비중이 큰 줌인터넷은 지난해 118억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스트시큐리티와 딥아이도 각각 당기순손실 12억, 11억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스트게임즈와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이 순이익을 냈지만 규모는 각각 2억7600만원, 9200만원 정도로 크지 않다.
자회사들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원이 수차례 있었으나 공시 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소규모에 그쳤다. 모회사 이스트소프트의 자금 사정도 넉넉하진 않다. 별도 기준 지난해 매출 197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4억원 수준이다.
◇정상원 전문경영인 체제…지주구조 안정화+AI 신사업 과제
이같은 상황에서 정상원 대표의 임무는 자연스레 각 자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지주형태 사업 구조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주요 사업의 매출과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게 필요하다.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으려면 결국 외부 투자 유치 여부가 관건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지주 형태 확립 후 네 차례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줌인터넷이 지난 2018년 CB발행을 통해 포커스자산운용으로부터 30억을 유치했다. 이스트시큐리티는 2차례에 걸쳐 60억원을 유치했다. 1차로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NHN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았고, 2차로는 모회사 이스트소프트와 NHN으로부터 주주배정 유증 방식으로 30억원을 수혈했다. 가장 최근 유치한 투자는지난해 11월 딥아이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산인캐피탈 등으로부터 유치한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다.
외부 수혈을 단행해도 안정적인 지배구조 덕에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은 낮다. 김 창업자의 최대 주주로 이스트소프트에 대한 지배력은 확고하다. 본인 지분 24.95%를 포함해 정상원 대표 및 본사와 계열사 임원들, 6명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05%다. 5% 이상 주주는 김 창업자가 유일하며 우리사주조합이 0.15%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약 69%는 소액주주 지분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여전히 신사업이 성장 동력이라 믿고 있다. AI 신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한 연구소 'AI플러스랩(A.I. Plus Lab)'이 정 대표 주도 하에 설립됐다. 금융 자회사 엑스포넨셜자산운용에 적용된 'AI 투자엔진'이 그 첫 성과다. 향후 B2C와 B2B를 아우르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 1998년 이스트소프트에 입사, 만 20년 이상 재직한 초기 멤버로 분류된다. 현재 본사 및 자회사 이스트시큐리티와 딥아이 대표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입사 직후부터 자사 대표제품 '알툴즈'와 '알약'의 개발 및 공급을 주도하면서 회사의 초기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 대표가 실제 개발·공급에 참여해 출시한 제품은 알툴바, 알송, 알쇼를 비롯해 10개에 달한다. 2006년부턴 알툴즈사업 본부장으로 알약 사업을 본격 성장 궤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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