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리포트]'희비' 갈린 동국제강 해외법인, '중국발 리스크' 커져中 시장 악화에 300억 충당부채 인식…태국·인도·멕시코 냉연가공센터 성장세 돋보여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07 09:31:0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에 해외법인은 '아픈 손가락'이다. 국내 철강시장의 침체에 대항하기 위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주력이었던 중국법인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 합작사인 'CSP 제철소'의 투자 손실에 이어 중국법인까지 상황이 악화되면서 해법 마련에 고심이다.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해외법인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베트남 법인(SS VINA)을 일본 '야마토 그룹'과 합작사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중국 법인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중국 법인의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철강경기가 큰폭으로 꺾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해외법인 구조조정은 이전보다 절실해졌다. 동국제강이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관련 업계의 관심도 크다.
◇중국법인 292억 충당부채 인식, 실적·재무상황 '우려'
동국제강 중국법인의 재무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동국제강이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해 292억원의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했다.
충당부채는 현금 지출의 시기가 불확실하지만, 거래로 인해 현금 유출 소지가 큰 경우 선제적으로 회계에 반영한 부채다. 이번에 인식한 충당부채는 중국법인의 신용 리스크 때문이었다. 중국 철강시황이 악화되면서 중국법인의 자금 상환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급보증 충당부채'로 인식했다.
즉 동국제강이 중국법인을 대신해 292억원을 상환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동국제강은 2001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후 현재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법인은 동국제강에서 냉연강판 등을 공급받아 건축 및 가전용으로 재가공해 판매한다. 2010년부터 중국시장의 물량이 넘쳐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2017년 2373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1511억원으로 감소했다. 2년 새 36.3%(862억원) 줄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73억원에 달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이 없으면서 납입자본금을 까먹어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동국제강은 중국법인을 회생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중국법인은 상하이푸동개발은행 등 4개 금융기관에서 325억원을 차입했다. 사실상 중국법인은 타인자본으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법인의 자금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모기업인 동국제강이 변제해야 한다.
중국법인의 실적 악화로 동국제강에 지워지는 재무적 리스크도 커지게 됐다. 결국 현지 시장이 얼마나 빨리 개선될지에 따라 중국법인의 정상화 시기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코로나19로 중국 경기도 저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철강시장 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동국제강이 중국법인의 대책 마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증가해 신용위험도가 높아졌다"며 "지급보증 충당부채를 인식한 것도 중국법인의 신용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황 때 돋보인 신흥시장 '성적표'
중국법인과 브라질 CSP 제철소 발 '악재'에도 신흥시장의 선전은 빛났다. 동국제강 멕시코법인과 인도법인, 태국법인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회사에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은 해외 가전업체를 공략하기 위해 2007년부터 현지에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2007년 멕시코에 냉연 가공센터를 설립했고, 2011년 인도와 태국에도 진출했다. 해외 냉연가공센터는 동국제강에서 냉연제품을 받아 가공한 후 현지 수요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주매출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가전업체로 신흥시장에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곳이다.
컬러강판은 가전제품의 외장재로 활용된다. 최근 가전시장의 트렌드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바뀌면서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디자인이 유려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앱스틸)은 세차례 코팅해 표면 광택이 우수하고 내구성이 우수하다. 메탈감이 고급스럽다는 평가다.
동국제강 해외 냉연가공센터가 현지 가전업체에 들어갈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멕시코법인은 지난해 1397억원의 매출을 냈다. 2015년 매출은 987억원에 불과했는데, 4년 동안 29.3% 증가했다. 인도와 태국시장의 매출은 같은 기간 두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인도법인의 매출은 830억원으로 2015년(249억원)과 비교해 70% 이상 커졌다. 태국법인의 매출 증가율도 45.5%에 달했다.
컬러강판은 건축자재인 봉형강 등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다. 중국법인의 매출은 건자재 비중이 높은데 반해 여타 해외법인의 매출은 컬러강판의 비중이 많다. 중국법인의 부진에도 여타 해외법인의 선전이 의미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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