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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두산건설 '통·분리 매각' 병행 추진한다지방건설사 인수전 참여 저울질, '부실 사업장 정리' 필요성

이명관 기자공개 2020-04-09 07:58:2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건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본격적인 매각 프로세스에 앞서 자문사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태핑 중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를 살펴보면 매도자와 잠재 원매자 간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사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매각이다.

매도자는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괜찮은 자산만 매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잠재원매자는 두산건설의 우발부채 요인만 사라지면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시각이다.

현재로선 두산건설의 주택사업 부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준수한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인 '위브(We’ve)'를 통해 수도권에 진입하려는 지방 소재 중·소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부실이 불거진 사업장과 관련된 자산을 떼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학익 두산위브가 꼽힌다. 과거 두산건설이 일산 위브더제니스로 1600억원의 손실을 냈던 전적이 있다 보니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건설사 모두 실감하고 있다.

◇잠재 원매자군, 사업 구조조정 전제 '관심'

8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방 중·소형 건설사 중심으로 두산건설 인수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적으로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두산건설의 '주택사업'이다.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성장해 온 건설사는 한계가 명확하다. 주택 시황이 좋을 때는 추진하는 프로젝트 마다 좋은 성과를 냈다.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자체사업을 벌이기도 수월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시황을 많이 탄다. 2018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불경기 속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선 미분양이 거의 없었지만, 지방에선 대규모 미분양 프로젝트가 속출했다. 악성인 준공 후 미분양도 쌓여만 갔다. 이 같은 현실 탓에 지방 건설사에겐 전국구 브랜드에 대한 갈증이 있다.

특히 공공택지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땅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브랜드'에 대한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쌓아온 트랙 레코드에도 불구하고 지방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우수한 수도권으로 진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상위 대형 건설사들의 아성을 뛰어넘기 역부족이다. 과거 대우건설이 매물로 나왔을 때 호반건설이 인수를 추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인수하면 진입장벽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

매물로 나온 두산건설에 지방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두산건설은 준수한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 '위브(We’ve)'를 보유하고 있다. 프리미엄 아파트나 고층 아파트에는 위브 뒤에 '더 제니스'를 붙여서 '두산위브 더 제니스'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또 오피스텔에는 '센티움'을 붙여서 '두산위브 센티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톱티어는 아니지만 꾸준히 정비사업 실적을 쌓으며 나름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계림 7구역 주택재개발 △좌천·범일 구역 통합3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사거리지구 주택재개발 등 꾸준히 신규 수주를 따내고 있다. 최근엔 송림 제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과 서울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 사업 등을 수주했다.

여기에 비중은 크지 않지만 토목부문도 알짜로 꼽힌다. 두산건설에서 토목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0% 선이다. 영업이익률도 5%대로 준수하다. 지방 건설사들 입장에선 두산건설을 인수할 경우 주택에 집중돼 있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나름 시장 인지도와 기술력 측면에서 토목부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번 매각에서 주택이 주목받고 있지만, 토목도 알짜 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 건설사들의 관심은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한 중견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와 지금껏 쌓아온 레코드를 감안하면 두산건설은 분명 매력적인 매물임이 틀림없다"며 "부실 사업장을 비롯해 사업 구조조정이 동반될 경우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 매도자도 고려 중

구조조정 필요성은 매도자 측도 공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두산그룹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동반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부문별 상황을 고려해 괜찮은 사업부문만 매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자문사를 통해 우선 통매각을 전제로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며 "처음부터 쪼개서 매각하지는 않겠지만, 두산건설의 상황을 감안해 분리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까. 시장에선 부실 사업장 정리를 통해 몸집을 경량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룹 계열사와 연결된 채무도 어느 정도 정리가 돼야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없이는 매각이 어렵다는 점을 매도자도 잘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분양 사업장으로 남아있는 프로젝트와 계열사와 연결된 채무의 정리 등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현재 부실 사업장으로 남아 있는 곳은 '인천 학익 두산위브'다. 해당 사업장은 2011년 9월 준공됐다. 이는 두산건설에게 아픈 손가락인 '일산 위브 더제니스'보다 앞선 시기다. 분양에 나선 시기는 2008년 11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 프로젝트를 강행했는데, 성과는 좋지 않았다.

학익 두산위브는 총 432가구 규모로 건립됐는데, 미분양으로 남은 것은 대부분 대형 평수였다. 미분양으로 남은 물량은 230여가구에 달했다. 두산건설은 2011년 준공 이후 지금까지 해당 미분양 가구를 임대 운영해왔다. 횟수로만 9년에 이른다. 올해 들어 분양 전환과 할인 매각 등을 통해 미분양 문제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침체 속에 코로나19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의치 않은 상태다.

여기에 계열사간 연결된 채무도 원매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요소다. 두산건설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부족한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지급보증을 제공 받아왔다. 여기에 계열사로부터 빌린 자금도 상당하다. 그룹 계열사와 엮인 채권은 3000억원을 상회한다.

문제는 이렇게 그룹과 연결된 채권들 대부분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계열사 채권을 비롯해 1년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 차입금이 5000억원에 이른다. 그룹 차원에서 양보가 뒤따라야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매자에 따라서 주택만 거래 대상이 되고 토목부문을 제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산건설의 토목이 알짜 자산으로 포함되는 것은 맞지만 인수가격 등을 고려해 관심도가 큰 주택만 인수하겠다는 곳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미 토목과 관련된 기술력을 가진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토목부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잠재 원매자로 분류되는 호반건설의 경우 이미 토목에 강점이 있는 울트라건설을 인수해 토목을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며 "원매자의 상황에 따라 토목부문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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