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예상보다 낮은 푸르덴셜 인수가 눈길 '락트 박스' 활용, 가격 상하향 가능성 공존…매각 측 안정성·경영철학에 높은 점수
진현우 기자공개 2020-04-13 10:57:0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겸비한 업계 '톱티어' 푸르덴셜생명보험을 품는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거래 참여자도 있었지만 매도자 측은 KB금융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KB금융을 푸르덴셜생명에 걸맞은 인수자로 본 셈이다.윤종규 회장은 10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푸르덴셜생명 최종 인수조건을 매듭지었다. 딜 초반부터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며 바이아웃에 임한 KB금융의 인수 밸류에이션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78배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1500만주)를 2조265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작년 말 기준 집계된 푸르덴셜생명의 자기자본총계는 2조9135억원으로, 기초 거래대금으로 산정된 금액(2조2650억원)을 넣어 계산하면 PBR은 약 0.78배가 나온다.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을 보려면 푸르덴셜생명 거래구조 중에 눈길을 끄는 '락트 박스(Locked Box)'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락트 박스는 계약체결 이후 거래종결일(Closing)까지 순자산 변동분을 매일 정산해 이자 형태로 거래대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 외국계 셀러들이 거래가를 높이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자문사였던 골드만삭스는 지난 하반기 예비입찰을 진행할 때부터 인수 후보들에게 락트 박스를 안내했다.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결정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확정해 놓고, 가치유출(Leakage)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밸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거래 종결성과는 크게 상관없고 가치가 높은 회사일수록 원매자로부터 인수대금을 높게 받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보면 된다. 쉽게 말해 매도자는 팔려고 하는 매물의 실적이 꾸준히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서면 거래대금을 올릴 수 있다. KB금융은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이자(750억원) 형태로 합산 지급하는 걸로 협의를 마쳤다.
반대급부도 존재한다. 거래 종결까지 회사에서 유출되는 금액(Leakage)은 최종 거래대금에서 제외된다. 매도자와 원매자들은 지난 반년의 기간 동안 사외유출금액의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일례로 가능성은 많이 없지만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제공한다고 하면 사외유출금액이고, 거래대금 하향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앞선 변동 요인과 상관없이 KB금융이 지불해야 할 금액 가치는 비슷할 전망이다.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750억원으로 정해졌지만, 같은 기간 푸르덴셜생명이 벌어들이는 순익은 비슷하거나 그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연간 단위로 자본에 포함되는 이익잉여금 수준 정도로 책정됐기 때문에 원매자에게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요인은 아니다.
KB금융은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이번 딜에 묵묵하게 참여해 왔다. 보험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 KB금융은 경쟁사들보단 비교적 장기적인 안목에서 딜을 바라보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보험 부문에 힘을 실었던 신한금융지주도 한 가지 결정적인 트리거였다.
PEF 운용사들의 경우엔 인수 후 밸류업을 시킨 뒤 되팔아야 해서 예상치 못한 이벤트였던 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자 적극적으로 가격경쟁에 참여하는 게 부담이 됐다. KB금융은 지주사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은 물론 우량매물이 나오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내부 고민도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게 한 요인이었다.
더욱이 KB금융보다 높은 금액을 비딩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KB금융을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매도자인 미국 푸르덴셜 본사는 가격 외에도 인수 후 안정성에도 무게 중심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의 경영철학과 운영 노하우에 높은 점수를 줬다. 가격보다도 진정성 있게 회사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보고 KB금융을 선택한 셈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SPA를 체결했던 것도 그동안 물밑에서 KB금융을 적합한 인수후보로 판단해 심도 있는 논의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는 점을 방증한다. 보통은 우협 맨데이트를 받은 뒤 확인실사를 거쳐 SPA 마크업(Mark-Up) 조정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격 변수와 우발채무에 대한 분담을 놓고 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이번 딜의 거래구조(Locked Box)는 매도자에게 거래대금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자, 그만큼 푸르덴셜생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과정"이라며 "거래종결일에 책정될 최종 매각대금은 조금 오르겠지만, 푸르덴셜생명도 수익을 내는 만큼 KB금융이 이번 M&A에 매긴 가치 변동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KB생명보험과 통합-합병 절차를 거치며 KB금융의 품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여부에 따라 지금의 M&A 밸류를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KB금융은 현재 금융시장을 감안한 최적의 자금시장 시나리오를 택해 안정적으로 남은 딜 프로세스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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