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최저 주가' 포스코, 13년 만 자사주 매입 팬데믹 사태에 철강시황 악화, 주가 하락 '안전판' 마련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13 08:2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가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1조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다. 지난달 그룹 임원이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지 3주 만에 대대적인 주가 방어에 나서면서 시장에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포스코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기관은 삼성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등 3곳이다. 신탁 계약 만료일은 내년 12일까지다.
자사주 신탁 계약이란 상장기업이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일정 금액을 맡겨 놓고, 한도 내에서 주식을 사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거래소에서 자사주를 직접 사거나 증권사 등을 통해 대신해 살 수 있다.
자사주를 신탁 계약하는 경우 증권사가 투자금을 들고 주가가 떨어질 때 자사주를 매수해 주가 급락을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기업이 주주에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어 긍정적이다.
포스코가 1조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2007년 주가 안정을 위해 8893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후 12년 동안 대량의 자사주 매입 사례는 없었다.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은 코로나19로 철강시장에 미칠 여파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1월 발생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철강시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산업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수요 산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 모두 얼어 붙으면서 철강시황은 올해 내내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여파는 우량주였던 포스코의 주가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종가는 13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는 2010년 이후 최저치였다. 이후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등 그룹 임원들이 대거 나서 26억원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포스코는 이를 고려해 신탁 계약이 1년 동안 유지되도록 넉넉하게 잡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있었던 3건의 자사주 취득 결정 때는 계약기간이 3달이었다. 포스코는 이번 계약을 통해 1년 간 주가에 영향을 미칠 부정적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주가를 방어할 '안전판'을 마련했다.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순자산이 줄어들 전망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려면 회사의 현금이 사용되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4조9651억원이다. 1조원 가량이 자사주 취득에 사용되면서 현금성 자산은 3조원대로 감소했다.
포스코는 재무구조가 우량한 만큼 자사주 발행으로 인한 재무적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 유동비율은 546.7%를 기록했다. 자사주 신탁 계약이 끝날 경우 현물로 돌려받게 되는 만큼 재무적 영향도 미미하다. 다만 자사주 신탁 계약이 끝난 후 현금을 통해 돌려받는 경우 단기간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회사 주식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며 "주식 매입을 통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전달하고 주가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는 24일 오전 1분기 실적 발표회를 연다. 이날 발표회는 코로나19 여파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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