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미얀마에 '법인' 출사표 던진 배경은 [Deal Story]중소기업 종사자 지원까지 염두, 이달 법인설립 TFT 구성
손현지 기자공개 2020-04-21 09:35:1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3일 15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미얀마에 둥지를 튼 한국기업 지원에 나선다.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은행업 '법인' 설립 라이선스(예비인가)를 취득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점' 형태로 진출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라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사실상 법인은 지점보다 추가적인 준비절차가 필요하다. 예컨대 조직 구성 요건이 까다롭다. 리스크관리 등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직구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립도 자격요건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고정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최소자본금 요건도 1억달러로 지점(7500만달러) 보다 높다.
◇사업모델 '기업금융' 주축…韓중소기업 종사자 리테일금융 지원 고려
기업은행이 지점이 아닌 법인 라인선스 취득에 도전한 건 현지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다. 지점은 기업금융(CB) 업무만 영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법인의 경우 기업금융과 리테일금융(소매금융) 등 모든 금융업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3일 "지점으로 진출할 경우 공장근무자, 중소기업 종업원에 대한 금융지원에 제약이 많다"며 "급여통장 개설 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며 법인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는 배경을 밝혔다.
법인이 지점에 비해 영업망 확대에 더 유리한 이유도 있다. 법인은 산하에 지점을 10개까지 둘 수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LH측이 미얀마 정부와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설립 중인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에 입주를 계획 중이다.
산업단지는 양곤에 설립되는데 수용 규모가 기업 300개에 달한다. 미얀마에 현재까지 진출한 한국기업 규모가 300여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기업은행도 이곳에 영업점을 확보해 현지 진출 한국기업 지원을 원활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에 법인설립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구축할 것"이라며 "TFT는 미얀마 중앙은행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영업장과 조직을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서 준비를 마치는대로 미얀마 현장 검사를 받아 연내 본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기업은행 미얀마 법인의 비즈니스모델은 리테일이 아닌 기업금융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도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노동 집약적인 의류나 봉제쪽 산업기업 위주로만 진출한 상태다. 미얀마는 내수시장 자체가 활발하지 않아 성장가능성이 높다. 연평균 약 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고 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금융 수요도 불어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발전초기 단계라 도로나 전기 등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라며 "진출한 한국기업수도 베트남보다는 저조한데 기업은행이 선제적으로 진출해 중소기업들의 정착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당국에 '중소기업 DNA' 어필…사무소 7년간 운영
기업은행이 미얀마 진출을 고려한 건 7년 전부터다. 2013년 미얀마 양곤에 사무소를 세우고 지점·법인 설립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은행업 인가를 받으려면 최소한 사무소를 설립한 상태여야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업활동보다는 시장조사와 네트워크 강화가 주된 목적이었다. 여태까지 직접적인 금융업무는 물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업무도 진행된 적이 없다. 타 시중은행(국민·하나·우리·농협)이 소액대출법인(MFI)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며 은행업 인가를 준비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사무소는 법인 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며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자문하는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현지 은행업 진입장벽은 높았다. 기업은행은 2014년 1차 개방 때 국민은행, 신한은행과 함께 지점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기업은행 고위관계자가 당국 관계자와의 스킨십 빈도를 늘리며 중소기업 금융지원의 강점을 어필했지만 무산됐다. 2016년 2차 개방에는 아예 참여도 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미얀마 정부와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LH공사, 코트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산업인력공단 등 9개 공공기관과 ‘One Team Korea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후 중앙은행에 참여의향서(EOI)를 제출하면서 진출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마침 미얀마 외국계 은행 인허가 위원회의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정량적인 영업성과 보다는 △글로벌 경영능력 △은행산업 기여 가능성 △사업계획 등을 위주로 심사한다는 방침이었다. 기업은행은 입찰제안서(RFP) 작성을 위한 TFT를 꾸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중소기업 육성 노하우에 대한 강점이 잘 드러나도록 신경을 썼다"며 "한국 기업 투자 지원 뿐 아니라 현지 중소기업, 금융기관과 정부기관에도 노하우를 전파할 수 있는 부분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9일 기업은행에게 현지법인 설립인가(예비인가)를 내줬다. 기업은행은 조만간 이사회로부터 법인설립 자본금 승인을 받는대로 본인가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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