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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유상증자 대한항공, 7000억 차입금 만기 변수 현금·단기물로 6월까지 버텨야…ABS 조기상환 리스크도

강철 기자공개 2020-04-23 10:38:2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1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로 최대 1조원을 조달한다.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꺼내든 '유동성 개선' 카드다. 항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금융당국에 자구 노력의 의지를 보인다는 의중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자금이 유입되는 시점은 오는 6월 또는 7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잔여 차입금은 약 7000억이다. 증자금 납입 전까지의 약 2개월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대한항공의 앞날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달 막힌 '회사채·ABS' 대안…자구노력 어필 의중도

대한항공은 현재 유상증자를 실시해 5000억~1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IB와 증자 구조, 시점에 관한 내용을 협의 중이다. 구조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는 실적 악화, 현금흐름 경색, 자금 조달 제한 등의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지분 희석의 리스크가 있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2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제선 항공편의 90%가 멈춘 지난 1분기에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영업창출현금흐름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용도가 하이일드(high-yield) 급으로 떨어진 탓에 회사채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국내 신용 평가사들은 지난달 대한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와치 리스트(Watch List)에 반영했다.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0로 떨어질 수도 있다. AA급 기업도 등급 하향 리스크가 있으면 수요를 모으지 못하는 지금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항공은 그간 경색된 현금흐름을 ABS를 비롯한 단기물로 충당했다. 지난달에는 항공권 매출을 담보로 ABS를 발행해 6200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보의 기반인 국제선 운항이 막힌 점을 감안할 때 추가로 ABS를 찍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증자 외에는 자금난을 획기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증자를 결정한 데는 자구 노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겠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대형 항공사에 대한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자구안 수립에 맞춰 순환 휴직, 급여 반납, 유휴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 6월말 만기 차입금 7000억…ABS 조기상환 트리거도 변수

증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최대 1조원이 대한항공에 유입되는 시점은 오는 6~7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 현금과 단기물 발행으로 남은 2~3개월을 버틴 후 증자 납입금으로 유동성을 보강한다면 자금 운용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지금부터 6월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약 7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증자 전까지 원활한 만기 대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관련해서 4월은 ABS 발행분 6200억원으로 급한 불을 끄긴 했으나 외부 수혈이 더 어려워지는 5월부터는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10일 상환한 2400억원의 회사채를 제외하고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 차입, 금융리스, ABS가 대략 7000억원 정도"라며 "유상증자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만큼 여러 자금 조달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공편 감소로 촉발될 수 있는 ABS '조기상환 트리거'는 현금흐름을 빠르게 경색시킬 수 있는 리스크다. 대한항공이 미래 항공 매출을 담보로 발행한 ABS의 작년 말 기준 잔액은 약 1조7000억원이다. 각 ABS에는 여객 실적이 일정 기준을 밑돌 경우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최근 3억5000만달러의 외화 ABS가 트리거에 도달하는 등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자금난 걱정없이 원활하게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증자에 앞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조만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은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항공사들이 정부의 자금 지원 발표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진행 상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정부 지원을 생각한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출처 :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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