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지털금융’ ‘테크핀’. 최근 은행들이 강박처럼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그 뒤에 ‘미래’ ‘생존’ 등의 용어가 따라 붙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 등의 출현으로 본격 디지털금융 시대가 열렸다. 은행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앞다퉈 디지털금융에 뛰어들었다.최근 하나은행의 행보는 경쟁사들보다 특별한 점이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대출 확대에 매우 적극적이다. 올해 1분기 늘어난 비대면 대출 잔액만 약 8000억원에 이른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1분기엔 2조원 수준 늘었다. 통상 분기당 2조원 안팎 늘어나는 만큼 올해 약 40% 가량이 비대면 대출로 채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비대면 대출을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원천기술 개발에 있다. 디지털금융 전환을 위해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대출 전용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회원가입이나 계좌개설 같은 별도 절차 없이 본인명의 휴대폰과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3분 안에 대출한도와 금리조회가 가능한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올 1분기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2조9259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하나은행(3.24%)의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카카오뱅크(3.59%)보다 낮았다. 저금리를 제시하며 디지털금융사에 빼앗긴 고객을 돌려세우려 안간힘 썼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디지털금융의 출현은 기존 은행업에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적어도 대출을 받는 일에 있어 은행의 영업점을 방문하는 일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의 중심인 대출의 방식이 전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 속도는 너무 빠르다.
하나은행 한 임원은 “내부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견도 많고 단순 서류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것 쯤으로 여기는 식의 이해가 높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은행 수익의 중심인 대출을 지점과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에 맡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도 있었지만 먼저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는 늘 내부의 저항에 부딪힐 때가 있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하나은행은 항상 변신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한국투자금융에서 하나은행으로, 다시 하나금융그룹으로 발돋움 하는 과정은 드라마틱 했다.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온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일은 어렵다. 준비된 소수에게만 그것은 가능하다. 코로나19로 금융권의 위기감이 고조된다. 이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오히려 디지털금융사로 변신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디지털혁신 레이스에 올라탔다. 뒤늦은 자각을 과감한 추진력으로 극복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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