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정유사 '빅4' 손실 3조대…신용 우려 점증 [Market Watch]재고손실, 정유마진 감소…대규모 카팩스 부담도 가중
오찬미 기자공개 2020-04-23 10:33:4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 급락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소비 감소로 국내 정유업계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스오일은 지난해 이미 신용등급 하향트리거를 충족했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비중이 크게 증가해 하향트리거를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른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22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손실 규모가 총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분기 3조원대 손실 예고…유가 급락·정제마진 하락 탓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 유가급락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공백에 따라 대규모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대표 정유사 4곳이 2020년 1분기 유가급락과 정제마진 하락으로 약 3조2000억~3조6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경우 정유사 4곳의 합산 영업이익이 약 700~800억원 가량 감소한다. 2020년 1분기 말 유가가 전년 대비 배럴당 약 40달러 가량 하락하면서 정유사 4곳의 재고관련 손실만 약 2조8000억~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업계는 미리 사둔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제조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약 90%)이 절대적인 만큼 유가 폭락시 수천억원 대의 손실을 보기도 한다.
정제마진도 실적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각종 비용(운송비, 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성과 유동성을 좌우한다. 연간 생산량인 10억 배럴을 기준으로 정제마진이 1달러 변동하면 합산손익은 연간 1조2000억원 가량 하락한다.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이 4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정제마진은 지난해 대비 약 2.5달러(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기준)감소했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고, 이동이 줄어들어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한 탓에 1분기 약 5000억~6000억원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높아진 카팩스(CAPEX) 부담…현대오일뱅크 위기 '부각'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AA+, 안정적), GS칼텍스(AA+, 안정적), 현대오일뱅크(AA-, 긍정적), 에쓰오일(AA+, 안정적)은 그동안 초우량 신용도를 고수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탓에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평정을 조정했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는 아직 신뢰를 보내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기업이 지난해 이미 하향트리거를 충족한 데다, 올해 1분기 실적과 재무 전망치는 4곳 모두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신용등급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3년간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며 차입금도 크게 확대된 상태다. 신규 투자 계획이 잡혀 있어서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전기배터리 공장 건설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도 1조9000억원 규모의 1차 투자에 이어, 1조원 규모의 2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 부지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시설)을 건설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투입해 HPC(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 공장·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OIL 역시 2015년부터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 프로젝트에 4조8000억원을 투자했고, 2단계로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에 2024년까지 7조원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를 5.5배로 전망했다.
GS칼텍스의 경우 3.8배로 상대적으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여진히 하향 트리거인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에스오일은 순차입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오면서 올해 전망치가 8.9배에 이른다. 이미 2018년(5.5배), 2019년(5.7배)를 기록해 하향트리거를 꾸준히 충족시켰다. 현대오일뱅크의 전망치는 10.1배로 업계 내 가장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평 관계자는 "주요 정유사들의 영업 및 재무실적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2020년 1분기 실적을 확인한 후 신용도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실적 회복 여부는 내년 하반기까지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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